한숨을 좀 길게 설명하면 이러하다. 즉, 마음에 걱정이 있거나 답답할 때, 또는 무엇인가 서러울 때, 그리고 잔뜩 긴장했다가 마음이 풀려서 안도하는 경우 저도 모르게 길게 몰아서 내쉬는 숨. [한자로 하면 대식(大息)이라고 하는데, 어딘지 밥을 많이 먹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안도의 한숨을 쉬다, 한숨을 길게 내쉬다, 한숨 놓았다 등등의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한숨에 대한 예문을 들면 이러하다.
한숨 돌리다 | 힘들었던 순간을 넘기고 나서 안도하는 모습
한숨 들이다 | 어떤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상태
한숨이 구만구천 두(斗) | 한숨이 구만구천 말이나 된다는 뜻으로, 설움이 겹겹이 쌓인 상태를 뜻하는 것
한숨의 영어 표현은 대략 이러하다. breath, pause, relief, rest. . . 여기에 약간의 걱정거리가 담겨 있다면 다음의 표현으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 sigh, deep breath. . .
이러한 한숨의 의성어는 이러할 듯. 아이고, 아유, 어휴, 에휴, 으으, 하아, 휴우. . .
한숨은 어떤 걱정거리나 깊은 근심이 있거나 또는 속상할 때 저도 모르게 휴우 하고 숨을 몰아쉬거나 내쉬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한숨은 대부분 상황이 안 좋을 때 내쉬는 숨이겠지만, 반대로 큰 걱정거리로 인해 가슴이 꽉 막혔다가 그것이 갑자기 해결되는 순간 안도하며 크게 내쉬는 숨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어떤 한심한 상황을 보고서 답답한 마음에 저절로 ‘에고~’ 하고 내뱉을 때도 한숨을 쉴 수 있다.
옛 어른들은 아랫사람들이 한숨을 쉬면 복이 달아난다고 야단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한숨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숨을 쉼으로써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리기도 하니까.
한숨을 크게 쉬면 마치 심호흡을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즉 뇌 속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촉진하여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진정효과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일부러 크게 한숨을 쉬어 보는 것도 좋다. 그리하면 뇌가 잠시 이완상태가 되고 마음도 풀려 생리적으로 좋은 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숨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어느 경우에는 일부러 한숨을 크게 쉬어 몸과 마음을 잠시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뇌에 산소도 공급되어 사고(思考, 思顧)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를 영어로 표현하면 이쯤 될 것 같다. thought, think(thinking), consider(consideration)]
한숨을 내쉬면 저절로 산소를 들이마시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피로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동시에 신선한 산소가 뇌에 공급된다. 또한 새로이 받아들인 산소로 인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저절로 쉬어지는 한숨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기능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억지로 한숨 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 숨, 두 숨, 세 숨. . . 숨을 이렇게 세어가면 어디까지 갈까? 우선 한숨은 위에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럼 두숨은? ‘두피로 숨을 쉰다’는 뜻. 머리로 쉬는 숨. 이것이 가능할까? 사실 우리의 몸에서는 피부도 어느 정도 숨을 쉰다고 한다. 피부를 통한 호흡. 이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머리를 통한 호흡을 두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 두발 아래의 머리, 즉 이것도 당연히 피부호흡에 해당한다. 두피호흡. 두숨. OK.
다음으로, 세숨은? 세 번 쉬는 숨? 이 단어를 살짝 비틀어서 세슘이라고 발음해 보자. 세슘. 탕수육을 ‘탕슉!’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세상 떠나가지 않듯이 세숨을 세슘이라고 부른다 해서 지구가 망하는 것 아니다. 세슘(Cesium)!
일본 가요에 ‘세슘이 내리는 밤에(セシウムの降る夜に)’라는 곡이 있다. 2021년에 발매된 앨범. ‘세슘이 내리는 밤 마지막 램프에 불을 켜고서 우리 멀리멀리 도망가자’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곡. 그리고 원소에도 세슘이 있다. Caesium. 원소기호 Cs. 주기율표 55번에 올라가 있다. 반감기는 22분. 알칼리 금속에 해당한다. 방사성 원소. (오늘 화학공부는 여기까지.)
그럼, 그 다음으로 네숨(네슘)은? (마그)네슘? 아하, 이것도 화학공부가 필요한 분야이니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 .
다음으로 오숨. 알바니아에 가면 ‘오숨’ 협곡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알바니아 남부에 있는 오숨 강을 따라가다 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유명한 관광명소인 오숨 계곡이라는 것이다. 가보신 분들은 경험담을 알려주시길. . .
육숨. 혹 냉면 육수와 좀 연관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름 삼복더위에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카~!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쉬~원해진다.
칠숨. 칠순으로 대체하자.
팔숨. 어느 판타지 작가의 이름. 100년 동안 이어지는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구숨. 무더운 한여름, 시원한 냉면도 좋지만, 푹푹 곰삭은 냄새 구숨구숨 나는 된장찌개도 좋지 않을지.
십숨. 한숨 대신 십숨 크게 쉬고 나서 세상 복잡한 일 다 털어버리고 한잠 푹 주무시는 것이 어떨지…….
한숨만 쉬고쉬어 구만리 설움설워
먼먼길 떠나떠나 어드메 가고가서
떠난길 돌아뒤돌아 작별인사 하노니
그대여 떠나는님 뒤돌아 서지말고
앞으로 느릿느긋 산너머 물건너서
마음속 품은설움은 구름따라 보내오
먼하늘 한숨두숨 가슴에 담긴사연
휘어적 손흔들어 뒤안길 묻어두고
땅거미 길고긴길에 휘척휘척 가노니
망연한 눈길따라 석양빛 가슴안고
노을속 마주서서 서러운 황혼마음
아련한 추억깃들어 발길문득 멈추다
아, 여기까지 오고 나니 갑자기 풀떼기의 전설이 생각난다. 풀떼기는 주로 쌀밥은커녕 보리밥도 먹지 못하는 환경에서 수수 등을 섞어서 멀겋게 끓인 죽을 말한다. 풀죽이라고도 한다. 아주아주 가난한 삶에 엄동설한을 간신히 버티고 났을 때 흔히 ‘수수풀떼기만 쑤어먹고 겨울을 났다’고 표현한다. 보통 ‘풀떼기로 연명해 나갔다’는 말로도 사용한다.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칼럼?)에 ‘산에 사는 풀떼기 하나, 야생화 하나’(《아웃도어뉴스》 2015년 11월)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허투루 보지 말라고 하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아차, 풀떼기의 전설. 그렇다, 전설. 삼천리강산 금수강산 구석구석마다 어찌 전설이 담긴 사연 하나 없겠는가. 저 깊고 깊은 궁벽한 옛 마을들, 그 하나하나마다 못나고 못생기고 못살던 이야깃거리가 없겠는가마는 특히나 배곯던 설움은 말해서 무엇하랴. (이런 이야기는 그냥 이쯤에서 끝내자. 사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 호박풀떼기만 보아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그렇더라도 그냥 넘어가기 뭣하니 수수풀떼기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겠다. 찰수수를 갈아서 만든 풀떼기를 수수풀떼기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곤달비즙으로 반죽해서 만든 곤달비수제비는 소화장애를 지닌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한편, ‘여풀떼기’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경상북도 지방에서 옆을 뜻한다고 한다. “에고, 머스마야, 네 여풀떼기 잘 살펴보거. . .”
그런데 이쯤에서 갑자기, 그러니까 뜬금없이 어느 한숨장수가 춘삼월 오후 낡은 망태기를 한 고목나무에 기대놓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어여쁜 처자가 사뿐사뿐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눈에 아리듯 보이는 것이다.
앙증히 딛고딛는 조심한 버선발이
춘삼월 졸음겨운 고양이 수염마냥
사뿐히 고아스러이 봄날속에 잠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