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카페에 간다. 나에게 카페는 쉼의 공간인 동시에 작업 공간이다. 재택근무가 많고, 9 to 6가 아니고, 일터가 자주 바뀌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카페 강국인 것이 나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 카페에 오래 있진 못하고, 길어야 2~3시간 정도 머물다가 또 다른 카페로 옮겨 남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시선으로는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에겐 하루 중 꽤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좀 머쓱하다. 어떤 원두가 맛이 좋고, 어디 커피는 산미가 어떻다든지 하는 류의 대답은 일절 못할 정도의 얕디얕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 비해서는 무지하다. 카페에서 흐르는 BGM이 좋고, 커피 가는 소리가 좋고, 적당한 소음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이 좋다. 그뿐이다.
집에 오면 전혀 다른 종류의 소리들이 흐른다. 믹서기에 무언가를 쉼 없이 가는 소리, 꽝꽝 언 고기를 때려 부수는 소리, 반야심경이 흐르는 라디오 소리 등이 다채롭게 흐르는 아침을 지나, 저녁에는 소리의 종류가 조금 달라진다. 엄마가 매일 보는 일일드라마의 대사, 아빠가 수시로 듣는 정치 유튜버들의 격양된 오디오 (왜들 그리 화가 나 있으신지 늘 궁금한), 아빠한테 스트레칭하라고 혼내는 엄마의 잔소리, 세상이 떠나가라 우렁찬 아빠의 재채기 소리 등이 현란하게 어우러진다. 내가 멀쩡한 집을 놔두고 자꾸 카페를 전전하는 이유다. 나에게 카페는 일종의 소리로부터의 도피고 일탈이다. 고요함을 향한 갈망이다. 엄마가 알면 매우 서운해할 이야기다.
시선을 한번 바꿔본다. 나랑 동생이 어렸을 때 식당에 가면 애들이 참 조용하다며 칭찬을 받았단다. 그때는 자랑스러웠던 자식들의 조용함이 크면 클수록 조용해도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수다스럽지 않은 자식들을 (아들은 그렇다 쳐도 딸내미까지) 가진 우리 엄마는 더 열정적으로 웃고 떠들게 됐다. 아빠는 그런 엄마의 재롱과 유머에 웃는다. 이 집안이 엄마의 목소리로, 아빠의 웃음으로, 자식새끼 먹여 살리려고 이것저것 두들겨대는 주방 소리로 채워진다. 우리 집이 늘 소란한 이유다. 내가 카페에 가는 이유다. 어쩌면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