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남은 2024년, 매일매일 나에게 고한다 [13]
평소 표현은 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고, 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나 자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평생에 걸친 로맨스의 시작이다.
오스카 와일드
어쩌다 보니 시작한 글쓰기는 무엇보다도, 나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꺼내어보지 않았던 나의 마음속을 헤집고 또 헤집는다.
헤집어낸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내 가만히 들여다본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고,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응원해 준다.
나는 올해가 88일 남은, 10월 5일,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했다.
마라톤이라고 비장하게 부르기엔 짧은 거리, 비록 5.4km에 불과했지만, 내 생애 하게 될 거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던 일이다.
전날 밤, 함께 여행하던 온 가족을 숙소에 두고 혼자 시외버스를 탔다. 다음날 아침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익숙지도 않은 산행으로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그동안 연습했으니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대회 당일, 하늘은 맑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온통 러닝 복장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원은 내 마음의 설렘을 더욱 부추겼다.
지난 3개월간 함께 러닝을 해온 크루들과 함께 서로를 응원해 주며 긴장감을 달래려 쉴 새 없이 떠들었다.
하프 참가자들이 먼저 출발하고, 10km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드디어 우리가 출발선에 섰다.
카운트타운이 끝나고, 원래 늘 달리던 코스인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저 열심히 달렸다.
이번 내 목표는 하나였다.
“절대 걷지 않기!”
부모와 참가한 어린아이들이 제법 많았는데, 아이들도 뛰는 거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행여 지칠까 봐, 포기하고 싶어질까 봐, 워치의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느낄 즈음, 어떤 아이가 아빠에게 말하는 소릴 들었다.
“우리 이제 1km 남았어.”
그 말을 듣자마자 워치를 확인했고, 이제 1km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웃음이 터졌다.
그때부터 속도를 더 내어 달릴 수 있었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는 동영상도 찍었다.
와! 내가 해내다니!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니!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이제 달리기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표현 방법 중 하나다.
과거의 내가 하지 못했던,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된 힘을 찾아낸다.
어제의 나를 넘어 오늘의 나는 달린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