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기록 #4
봄을 모르던 여름의 왕국
그녀는 봄이 되어 나타났다
청아하게 피어난 그녀의 자태,
영원 속에 박제(剝製)된 천년의 도시는
필멸(必滅)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찬연하게 살랑이는 그녀의 머릿결,
자긍심 넘치던 사막의 왕국은
봄이 머물 수 없는 황금빛 대지를 원망했다
청초하게 흩날리는 그녀의 향기,
긍지 높은 사막의 대상들은
핏속에 흐르는 상술(商術)을 망각했다
그토록 찾아 헤맨 오아시스가 담긴 그녀의 눈빛,
광야를 정처 없이 헤매던 이방인은
처음으로 기나긴 방황의 끝을 꿈꾸었다
봄이 지나간, 봄을 모르던 여름의 왕국은
이제 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