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기록 #5
어느 젊은 날, 희망을 품고 걷기 시작한 하나의 길,
끝날 것 같지 않던 길은 해안 절벽에서 끝이 났다
좇아온 꿈의 왕국은 저기 저 수평선 너머인데
나아갈 길은 없고, 무자비한 파도만이 굽이친다
포말로 산산이 부서지는 거센 파도는 매혹한다
희망의 왕국을 향해 허무의 세계로 몸을 던지렴
귀향을 속삭이는 아련한 바닷바람은 유혹한다
터무니없는 포부는 그만 잊고 제자리로 돌아가렴
하지만 초인은 태초의 것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허무와 존재의 경계 위에 우직하게 서 있을 뿐
나아갈 수 없는 세계의 끝, 방파제를 쌓아 올린다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의 끝, 철옹성을 쌓아 올린다
아득한 이상향을 영원토록 동경하기 위하여
추방당한 고향땅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