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너

by 이진영

포근한 겨울에 더웠던 감정을 떠올린다. 너는 이맘때면 춥지 않냐며 내 팔에 감겨오곤 했다. 찰나의 미소 끝에, 너를 잃은 계절이 완전히 가버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연락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죽은 사람이 됐다.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이렇게 말할 때면 너는 그런 말 말라고 했다. 이제는 허공에 맘껏 내질러도 잡아줄 네가 없다. 너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테지만, 나 혼자 둥둥 떠서 너를 생각한다. 얼마 후 있을 생일에 문자 한 통 보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말도 안 되는 기대를 접고 옷을 꾸역꾸역 껴입는다. 감기에 걸려도 걱정해 줄 네가 없으니. 나라도 나를 챙겨야 했다. 늘 있던 체온이 없으니 마음이 시렸다.


겨울 아침의 침은 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세탁기를 돌렸다. 나와 같은 향이 나기를 바라면서 선물한 섬유유연제, 너는 나와 헤어진 지금도 그 섬유유연제를 쓰고 있을까. 왠지 모르게 코가 매웠다. 네가 골라준 셔츠를 옷걸이에 걸었다. 금세 단단한 어깨가 생겼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그 끝에는 손이 없었다. 침대에 누워 팔과 팔을 부둥켜안았다. 이 세상에 혼자 남은 나는, 나라도 나를 안아줘야 했다.


기억의 생명력은 무섭도록 강하다. 나는 너 없이도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돼 버렸다. 오늘도 나는 사랑보다 깊어져 버린 상처 때문에 이렇게 혼자 운다. 서러운 마음을 전하지도 삭이지도 못한 채 숨을 잠시 참는다. 조용히 이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언젠가 너와 마주쳐도, 내 어린날의 부끄러움과 반가움만이 느껴질 날이 올까?


아직도 눈물이 비어져 나오는 꼴이 우습다. 왜 또 물기 섞인 한숨을 내뱉게 되는 걸까. 네가 없이 맞는 겨울은 몇 번이 지나도 적응될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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