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해가 구름에 가려진 잿빛의 계절이 시작된다. 제 할 일 다한 햇빛이 겨울잠 자러 갈 시간이다. 시각적으로 우울해지는 겨울에 대한 걱정은 여름의 끝자락부터 시작된다. 요 며칠 나는 마지막 수확의 계절을 앞둔 농부처럼 지는 해를 보는 게 애틋해져 밖으로 뛰쳐나가 (결국 프랑스 남부까지 달려갔다) 햇빛들을 채집하였다. 한가득 쌓여있는 그림 그려진 종이와 사진을 보며 이번 겨울은 춥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독여본다. 조금씩 꺼내어 보다 보면 금방 봄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