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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01. 2024

로또라는 희망고문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매주 토요일이 찾아오면 버릇처럼 집 근처 복권방에서 로또를 구입한다. 자동으로 선택된 번호 30개가 담긴 5천 원짜리 로또 1장. 길몽을 꾸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욕심도 부려볼 만한데 어김없이 매번 5천 원짜리 로또 1장 만을 고집한다. 지갑에서 몇 만 원씩 꺼내며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더 사볼까 하는 괜한 욕심이 들어 고민하기도 하지만 결국 5천 원짜리 로또 1장을 구입한다. 매주 5천 원짜리 로또 1장을 구입하는 것은 변함없는 내 철칙이 되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1등에 당첨만 되면 작은 상가 건물을 구입해 월세를 받으며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고 싶다는 건물주의 꿈을 꾸기도 했다. 당시 로또는 재테크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내게 지긋지긋한 월급쟁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면서 매주 로또를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동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마치고 귀갓길 전에 로또 판매점을 찾아가 동료들 수만큼 5천 원짜리 로또를 구입해 한 장씩 선물하며 부자 되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 동료들은 이보다 좋은 선물이 또 어디 있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퇴직한 후에도 매주 토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동네 복권방에서 로또를 구입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건물주 대신 매월 생활비 걱정 없이 사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실직자라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지금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의 생활비 문제다.


지금까지 매주 로또를 구입해 왔지만 단 한 번도 5등 이상 당첨된 적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낙첨되는 로또를 갈기갈기 찢으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이 반복되고는 있지만 매주마다 1등 당첨이라는 꿈을 새롭게 품게 된다.


또다시 토요일이 찾아오면 나는 아내와 함께 5천 원짜리 로또 1장을 구입하기 위해 복권방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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