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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12. 2024

전원생활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TV를 보면 나이 들어 퇴직한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서 전원의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라면 시골에 멋진 전원주택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가꾸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그런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꿀 것이다. 


나 역시 퇴직을 하게 된다면 아내와 함께 이들처럼 소박한 전원의 삶을 살아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산봉우리에 뜨는 일출을 바라보며 맑고 신선한 공기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들녘으로 지는 석양과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TV 광고에서나 나올 법한 한적하고 고요한 삶을 말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병원 출입이 잦아지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전원생활은 현실을 망각한 공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또한 각종 질병으로 병원 출입을 자주 하는데 아내도 얼마 전부터 정기적인 진료를 받으며 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아픈 곳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과거 전원생활에 대한 장점만을 찾아 아내에게 시골 살이를 하자고 졸라댔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주위에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단점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다.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다.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삶의 여유와 고요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냥 다른 사람들의 전원생활을 TV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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