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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11. 2024

나이 들수록 병원과 친해져야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사람은 나이가 들면 큰 병원이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사람도 오래된 기계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아픈 곳이 점점 늘어나 병원 출입이 잦아들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몇 년 전부터 연로하신 내 부모님께서도 병원 출입이 잦아지셨다.


부모님의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면 회사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내야 했고, 그때마다 검사와 진료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아마도 아버님의 교통사고 이후부터 몇 년 동안은 대부분의 휴가를 부모님의 병원 진료에 사용한 것 같다.


최근에는 어머니께서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셔서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의사는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력이 쇠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어르신들께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는 동네 내과와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호흡기내과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으시는데 이번 이석증으로 이비인후과까지 진료과가 추가되었다.


어머니와 더불어 아버지께서도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내과, 내분비내과 등에서 정기적인 진료를 받으신다. 아버지께서는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다섯 차례에 걸쳐 고관절 수술을 받으셨는데 수술 부위의 통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정형외과와 더불어 신경외과와 통증의학과까지 진료의 범위를 넓혀야 했다. 


아마도 부모님의 외부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병원 진료가 아닐까 싶다. 움직이시는데 몸이 불편하시니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으신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매일 집과 동네 산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일상이 얼마나 답답하실지...


퇴직 후에는 부모님의 병원 진료 일정 때문에 휴가를 내기 위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생겼다. 가급적 진료 일정을 같은 날로 몰기 위해 병원과 입씨름하는 일도 없어졌고, 짧은 시간에 진료를 끝내고자 여기저기 허둥지둥 대며 다닐 필요도 없어졌다. 다른 걱정 없이 부모님의 병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이가 들면 병원과 친해지며 살아야 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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