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드 라란(Claude Lalanne, 192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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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stainabl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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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있는 동네 이름들이다. '두바이'하면 사막, 도시, 모래 폭풍, 버즈 칼리파, 7성급 호텔 같은 것들이라는데,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욕망이 꽤 큰 듯하다. 결핍은 집착을 낳는다고 하더니, 허허벌판 위에 세운 도시가 그래서일까. 나무와 숲, 꽃에 대한 갈망이, 상당히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칼리파 근처 다운타운이나, 바닷가 근처의 아파트들은 물론 인기지만, 가족 단위의 거주지는 대부분 낮은 빌라촌이다. 그 빌라들엔 마치 '우리는 그린 없인 못살아'라는 선언이라도 하듯 프란지파니(Frangipani), 코르크나무 (Indian Cork Tree), 야자수 (Palm Tree), 하이비스커스 (Hibiscus), 분수풀 (Fountain Grass), 봉황목 (Red Flame Tree) 등이 많이 보인다. 이들은 50도가 넘는 기온에도 당당히 살아 있다. 타는 듯한 더위에도 이파리들은 태연하게 일 년 내내 같은 모습이다. 각자의 집 정원에도 다들 식물들을 심고 바라보면서, 두바이는 참 그린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우리 집은 고양이와 강아지 둘 다 있어서 저녁 무렵이면 꽤 분주하다.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강아지 밥을 주고 놀아주다가 슬슬 산책하러 나간다. 7살이지만 미우 (아이들 '우'자 돌림을 딴 이름)는 산책 한번 스킵하면 밤새 무슨 일을 벌일지 보장 못한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도, 몸이 으슬으슬한 날에도 최소한의 산책은 피할 수가 없다. 덕분에 저녁 동네 산보는 루틴이 되었다.
어제는 밤 10시에 동네에 새로 생긴 공원으로 갔다. 십 년쯤 된 것 같은 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줄지어 있고, 그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가 두바이인지 유럽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바람도 신기했다. 뜨거운 모래 바람이 아니라, 산들바람 같은, 한국의 가을밤 같았다. 바람에 맞춰 춤추는 듯 흔들거리는 나뭇잎들, 달빛을 머금고 로맨틱하게 빛나는 꽃들. 한낮에 힘들었던 더위 따위는 기억도 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요즘 내 핸드폰 앨범은 꽃, 나무, 새, 구름, 심지어 나무 그림자로 가득하다. 나이 들면 꽃 사진만 찍는다고 하더니, 내 포토앨범이 딱 그렇다. 사진과 영상을 자주 찍어도 또 찍고 싶은 건, 같은 나무도 시간마다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침, 오후, 밤, 시시각각이 다르고 매일매일이 다르다. 이들은 날씨가 변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참고 잘 타협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이제는 기후위기라고 한다. 위기다 정말. 뉴스를 볼 때마다 무섭고, 답답하고 미안하다. 나무한테 배워야 할 것 같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윈윈 하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우월주의자의 갑질은 고만두고...
프랑스 조각가 끌로드 라란(Claude Lalanne)은 남편 프랑수아-자비에 라란(Francois-Vavier Lalanne)과 함께 '라란 부부'로 불리며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했다. 끌로드는 자연을 자신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식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금속에 새겨 넣고, 조각과 가구, 주얼리로도 작업했다.
은행잎을 본뜬 의자, 양배추 위에 닭발이 달린 조각, 사과 속에서 입술이 튀어나오는 오브제 같은 것들. 뭔가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연을, 초현실적 모습의 일상적인 물건들로 만들었다. 자연을 통해서, 일상의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자연은 이미 완벽하다. 나는 그걸 조금 비틀 뿐이다."
어릴 때 엄마를 일찍 잃었고, 자유롭지 않은 여성으로 살아가야 했던 시간 속에서 그녀에게 자연은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고 한다. 나무와 꽃, 동물들은 조건 없이 항상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끌로드는 평생 자연을 입고 앉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자연을 생활 속으로 들여, 가까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하면 자꾸 만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어쩐지 점점 나무를 자꾸 만져보고 싶어진다. 거리를 둬야 찍을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말고, 끌로드의 작품들처럼 더 가까이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