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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Jan 16. 2024

인생 사이사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c1503-1506 (1517년까지 작업했을 것으로 추정)


1

모나리자 손이 어색하다.

AI 창작툴인 미드저니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AI그림에서 어색한 부분이 바로 손이다. 다른 부분들은 코맨드 대로 꽤나 사실적으로 잘 비주얼화 하는데 이상하게 손은 열 번 중 아홉 번은 외계인 같은 결과가 나온다. 다시 자세히 모나리자의 손을 보니 아무튼 어색하다. 너무 고운 건지 외계인 같은 건지.


이 시대의 다른 초상화에서는 대개 태연한 척해도 손가락을 흔들거나, 무언가를 톡톡 치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내면의 긴장감이 나타난다. 사진 찍을 때 손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색한 그 순간을 경험해봤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듯. 그에 비해 얌전하게 포개져 있는 모나리자의 고운 두 손은 덧없이 평온한 내면을 상징한다고 한다.



2

파리 루브르에서 실제로 봤는데 그림이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가로 53cm, 세로 77cm라고 한다. 보통 미술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그림의 사이즈라고 하는데 이렇게 작은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싼 건지. 지금은 살 수도 없지만. 대체 왜 그렇게 유명한 걸까?


<모나리자>는 당시에도 유명한 그림이었다고 한다. 안정적인 피라미드식 구도, 실제 야외의 백그라운드, 빛의 명암, 모나리자의 찰나의 표정 속에 담긴 순간적인 느낌 등이 그 당시의 다른 화가들의 기법과는 달랐다. 얼핏 보면 평범한 초상화 같은데 배경 속의 자연과 모나리자라는 인간, 빛과 어둠, 선명함과 희미함의 여러 대조 사이에 있는 우리 인간의 인생을,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며 공감했다고 한다.  



3

모나리자 머리숱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과거나 지금이나 머리숱이 풍성해야 미녀 아니었나? 자세히 보니 미사포 같은 투명한 스카프로 머리가 살짝 눌린 것 같기도 하다. 넓은 이마가 유행이었나?


실제로는 머리숱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훤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이마 위쪽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언젠가 이 유행이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4

뒷배경은 실제 배경인지. 마치 인상주의 작품처럼 뿌옇고 드리미 하다.


모나리자의 포즈는 마치 사진관 같은 실내 같지만, 배경은 야외다. 그녀는 발코니 같은 곳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마치 내가 화가와 함께 그녀의 집안에 있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그녀 뒤로는 풍경과 계곡, 강, 그리고 산속 길들도 보인다. 선명한 초상화와 대조되는 안갯속 같은 배경 때문에 작품을 그냥 슬쩍 보고 지나갈 수 없게 만든다. 저기가 어딜까? 모나리자는 어떤 집에 살았을까? 여러 상상을 자극한다.



작품 자체의 예술성 뿐 아니라 이탈리아로 돌아가야 한다며 유실되었다가 되찾기도 하는 등 여러 구설수에 오르면서 <모나리자>는 더 유명해진 것도 사실이다. 신비롭고 사연 많은 연예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 또 비평도 받고 예술가들의 다양한 패러디를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레전더리 클래식이나 인기 많았던 팝송, 재즈 등이 계속 리메이크되어 많은 가수들이 다시 새롭게 부르는 것처럼.


살바도르 달리, Self portarait as Mona Lisa, 1954/ 마르쉐 뒤샹, LHOOQ, 1919


이렇게 작품을 자세히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보여주려 했던 주제는 '사이(between)'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의 비현실적이게 평화로운 모습과 나의 현실, 끊없는 자연과 영원할 수 없는 인간의 인생. 완벽하게 멋질 수도, 철저하게 불행할 수도 없는 시간들 사이에서 아무튼 미소지으며 발렌스있게 살아야한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모나리자>를 그리다 보니 알게된 듯하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 그림을 간직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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