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덕합덕] 이번 앨범 mp3 파일 구합니다!
음원 공유와 저작권법
한때 블로그를 참 열심히 한 적이 있다.
여행 사진이나 일상에 관한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수집하고 있는 음반들을 리뷰하는 글이나 콘서트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블로그에 연결된 계정으로 메일이 한 통 왔다.
“○○○ 1집 mp3 파일 좀 보내주세요”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잠시 사고 회로가 멎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내돈내산인데 남한테 이걸 주든 말든 뭔 상관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 없이 아나바다 정신을 발휘해서 음원파일을 첨부해 전송하는 순간, 저작권법을 위반하게 된다.
저작권은 저작권이라는 단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권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권리의 다발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음원 공유 사례에서는 그중에서도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이 문제된다.
음원 파일을 첨부하여 블로그나 카페 등에 게시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음원 파일을 복사하여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서버에 고정시키기 때문에 복제에 해당하고, 다수인에게 수신하거나 접근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기 때문에 공중송신에 해당한다. 저작권자는 복제할 수 있는 권리인 복제권, 공중송신할 수 있는 권리인 공중송신권을 가지게 되는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복제나 공중송신을 하였으니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블로그나 카페 등에 게시하지 않고 단 한 명에게만 공유한다면? 저작권법상 공중은 불특정 다수인이나 특정 다수인을 뜻한다. 따라서 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중송신권은 문제되지 않고, 복제권만 침해하게 된다.
공유받은 사람은 어떨까. 공유받은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마찬가지로 자신의 저장 장치에 복제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복제권을 침해하게 된다.
저작권자의 권리만 침해하는 걸까? 아니다. 가수나 연주자 등 실연자들도 자신의 실연에 대한 복제권과 전송권을 가지고 있고, 음반 제작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음반제작자도 복제권과 전송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도 침해하게 된다.
지금처럼 음원 사이트가 자리를 잡고 스트리밍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CD를 구입하지 않는 한 파일 공유 방식으로 음원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도나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대혼란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곡당 몇백 원, 합리적인 이용권을 구입하면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합법적으로 다운로드를 할 수 있다. 굳이 소장할 필요가 없다면 스트리밍 이용권을 구입해 더욱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흔히들 자신의 취미가 음악감상이라고 한다. 진심으로 가수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작곡가, 작사가, 가수, 연주자 등이 돈을 벌 수 있고, 그래야 그 돈으로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우리가 또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끼지 말자. 결국 나를 위한 투자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