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변 Jan 21. 2022

[어덕합덕] 공연 녹음해도 되나요?

저작권 침해는 아닐 수 있지만...

공연 보면서 녹음해도 괜찮을까?


비싼 돈 내고 보러 온 공연이다. 집에 가서 다시 들으면서 그 분위기 또 한 번 느끼고 리뷰 쓸 때 참고도 하고 싶다. 콘서트 셋리 기록해뒀다가 플레이리스트 만들고 싶은데 딱 그 용도로만 녹음하고 싶다. 티켓 값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봐줘도 되지 않을까?




필자도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이다. 한 달에 하나 정도는 보고, 공연이 몰려 있는 연말연시에는 더 자주 본다. 저렴한 공연은 1~2만 원이면 볼 수 있지만 대극장 공연은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할인을 받지 못하면 15만 원이 넘는 공연도 있다. 물론 이왕 즐기는 공연이면 좋은 좌석에서 즐겨야 한다는 고집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필자도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한다.


콘서트나 유명한 뮤지컬은 음원 발매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찾아 들으면 된다. 캐스트가 다르긴 해도 공연의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은 가능하니까. 그런데 넘버들의 음원 발매가 되지 않은 뮤지컬을 보고 올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집에 가면서 다시 듣고 싶다. 오늘 페어 합이 정말 좋았는데. 아까 그 장면 대사가 뭐였더라?


놀랍게도 이렇게 혼자 녹음해서 혼자 듣는 것은 저작권법상 문제가 없다. 공연을 녹음하면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복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작권법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상 예외로는 인정된다는 것인데, 안타깝지만 그래도 녹음은 하면 안 된다. 저작권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예매할 때 예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안내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표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0%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공연 중 협의되지 않은 사진, 영상 촬영 및 녹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연 정보 외 나머지 부분은 가볍게 쓱 보고 넘어가는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공연 안내 페이지는 공연을 제공하는 공연장, 제작사 등이 티켓 판매 조건으로 걸어둔 것이라서, 허락 없이 녹음을 하게 되면 이들이 내건 계약조건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혹시나 너무 가볍게 넘어가서 미처 이 내용을 못 읽었을까봐, 공연장 직원들이 몇 번씩 큰 소리로 안내해주기도 한다.


저작권법 위반이 안 될 수는 있지만, 계약 조건 위반이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을 당할 수도 있다. 고나리가 심한 공연이라면 적발되는 즉시 무서운 형들한테 붙잡혀서 퇴장당할지도 모른다.




팬들은 종종 지갑 언제든 열려 으니 블루레이만 좀 내달라고 외치곤 한다. 공식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녹음할 일도 촬영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사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콘서트만 해도 영상을 제작해서 판매하려면 가수뿐만 아니라 미술스탭, 소품스탭, 음향스탭, 세션, 댄서 등 수많은 관계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뮤지컬은 더 복잡하다. 라이선스 공연이라면 라이선서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으니 비용과 수익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팬들의 간절한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내 가수, 내 배우를 대변하는 제작사와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몰래 녹음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