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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Nov 21. 2018

TV를 버리다

퇴사 후 풍경, 열네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우리 집에 TV 없는데?" 


라는 이야기를 학창 시절에 들었을 때는 무슨 집에 TV 하나 없나라고 의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님들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TV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을 만큼 TV는 어느샌가 제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사회생활하면서 TV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일, 야근, 퇴근이 반복되어 방에 들어가면 자기 바빴습니다. 

그러니 TV를 보는 시간은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했습니다. 


보통의 가정에는 거실에 TV가 있었지만 저희 부부는 신혼 초부터 TV를 거실이 아닌 방에 배치했습니다. 

뭐.. 초기에는 방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집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후 이사를 해서도 방에 배치를 했습니다. 

한국문화는 거실문화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주로 거실에서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거실에 TV가 있으니 특별하지 않으면 거실로 나와 TV를 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일 것입니다. 


그 자연스러움을 깨고자 의도적으로 TV를 거실이 아닌 방에 두었습니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습니다. 

주로 거실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방으로 들어가 TV를 켤일이 없게 된 것입니다.

이제 태어난 아이가 TV를 볼일도 없고, 보여달라고 떼를 쓸 일도 없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거실에 있을 때면,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가 이쁘니 사진을 찍거나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가 조금 큰 후(3살)에는 TV를 완전히 집에서 없애버렸습니다. 

아내의 결정이었습니다.  



아내는 아이에게 TV는 물론이고 그 흔한 유튜브 한편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온전히 육아를 담당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기억합니다. 휴일에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아이와 함께 전투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2살 된 아이를 유아 식탁에 앉히고, 밥을 치열하게 먹여주고 있는데, 아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빠, 뒤좀 돌아봐바"


홀을 등지고 앉아있었기에 다른 가족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뒤를 도는 순간 정말 놀라고 말았습니다. 5 테이블 이상이 2인 이상의 가족들이었는데, 아이들이 모두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채로 부모님이 떠먹여 주는 밥을 입에 그대로 들어가게 허용했고, 아이들은 조용히 그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영상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이어폰으로 시청한 것은 아니고, 영상과 함께 소리도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었죠. 그곳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보고 있거나 조금 큰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저는 충격과 동시에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아내와 저도 그렇게 하면 식사가 훨씬 편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식사 때도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특히 아내의 노력이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외식을 할 때도,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항상 티격태격합니다.  아이가 온전히 밥에 집중하면 좋으련만, 산만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죠.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주의를 주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줍니다. 


아내의 이러한 결정과 노력 덕분일까요. 

아이는 TV나 스마트폰을 보여달라고 떼쓰지 않습니다. 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가끔 장모님 댁에 갔을 때 TV 볼일이 있지만, 리모컨을 쥐어주고 조그만 보고 끄라고 하면 그리 길게 보지 않고 끄고 나와서 놀자고 합니다.(가끔 뽀로로가 너무 재밌어서 한편 더 보자고 하기도 해요. 아이는 아이니 까요) 


이제는 TV가 집에 없는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가끔 국제 축구경기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고 싶어 질 때도 있지만, 또 굳이 봐야 하나 싶기도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이웃집에서 환호소리 들리면 골을 넣었다 추측하고 야유가 나오면 먹혔다 생각하면서 스코어를 추측합니다.)



TV 없는 우리 집에선 다른 사람 말보다 가족 구성원 서로의 말에 귀 기울입니다. 

최대한 아침을 다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좋을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많습니다. 

TV 잠깐 보여주면 아내나 저나 집을 정리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TV가 없으니 사실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정말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가 아침저녁으로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TV는 버리긴 아까워서 제 사무실에 장식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코드도, 케이블도 모두 빠져있는 상태로 말이죠.



퇴사 후 펼쳐진 30대 중반의 일상과 사업에 대한 기록 열네 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번 이야기는 <퇴사를 고민해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서 이이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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