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풍경, 열일곱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동업하면 친구 잃고 돈도 잃는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와 동업의 도원결의를 다지던 그때, 부모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동업을 선택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주셨던 조언들을 모두 듣지 않고, 그저 20대 중반의 열정과 혈기로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생각에 플랜 B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장밋빛 희망을 그리며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드리면, 동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과정에서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결국 동업은 파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의 동업은 아쉬움을 남긴 채, 그렇게 첫 사업은 종료되었죠.
다행히, 큰 돈을 투자해서 시작했던 것이 아니기에 친구는 여전히 저의 친한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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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저를 포함한 친구 셋이서 동업을 하게 되었습니다.(그중 한 명은 과거에 같이 동업했던 친구)
아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 가지 조건을 달며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아내를 설득할 수 있었던 조건중 큰 항목은 다음 2가지입니다.
첫 번째 조건은 동업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두 번째 조건은 기간을 100일로 하여 진행할 것
그리고, 100일 프로젝트로 시작한 사업의 기간이 끝나고, 동업은 그렇게 종료되었습니다.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서 성장해 나갔습니다. 여기서 성과란 매출을 의미합니다.
제가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여 시스템을 잡아나갔으며, 그로 인해 우리의 도전은 시작과 동시에
판매를 하면서 단점을 개선해나가는 린스타트업 형태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100일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시스템 빌드를 하기에도 부족했고, 지속적으로 사업에 재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익을 나눠갔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셋다 가정이 있기에 온전히 사업에 매달릴 수만은 없었죠. 게다가 저는 본업도 있었기에, 병행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둬야 했고, 계약에 의거해 동업관계를 원만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입니다.
셋 중 하나가 나가게 되어 둘이 동업을 하게 되었는데, 둘 사이에는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둘의 사업 스타일은 정반대여서, 시간 단위로 불꽃이 튀었죠.
제가 있을 때는 제가 중재자가 되어 서로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더 가치가 있거나 실용적인 부분에 손을 들면서 방향을 맞추어 나갔는데, 제가 나가고 나서는 둘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존에는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방향이었다면, 제가 나오고 나서는 대출을 포함하여 각자 출자금을 기존보다 훨씬 많이 투입하여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사업에 투자한 돈이 많은 상태에서 결국 둘의 사이는 갈라지게 되었고, 투자했던 돈이 많은 만큼 정리하는데 시간과 감정 소비가 심했습니다. 중요한 건 정리를 할 근거(계약서)가 없었기 때문에 더 큰 감정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업, 할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위의 제 경험에서 보셨듯이, 페이퍼 즉 계약서 한 장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많은 경우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무슨 너랑 나 사이에 계약서야 ㅋㅋ"
사업을 하는데 친구든 대학교 동기든 직장 선후배였든, 계약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정리는 사업이 잘 안 될 때는 쉽습니다. 그저 돈만 잃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사업이 잘 될 때입니다. 사업이 잘 되면, 거기에 따른 공헌도를 생각하기 마련이고, 서로 자기가 더 많은 공헌을 했다고 속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금전적인 부분에서 마찰이 생기고, 결국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꼭 계약서를 작성하시기를 권합니다.
보통의 동업 계약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업 계약서 양식은 이곳에서 받을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insacheong/1394
그런데 동업 계약서라는 것이 변형이 불가능한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상황에 맞게 추가하거나 제거하시면 됩니다.
제 경험을 반추하여 계약서에 표시한 내용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출자금액
2. 지분율
3. 업무분담
4. 수익배분
5. 출근 & 휴가
6. 사업자등록 - 대표 명의를 누구로 할 것인지 혹은 공동명의로 할 것인지
7. 사업범위
8. 사업 포기 시 출자금의 처리
9. 사업 종료 시 사업체 처리 방향
10. 사업 방향 및 운영 원칙
이렇게 10가지를 한 페이지에 요약하여 계약을 진행하였습니다.
여기에 이외에 추가한 것은 프로젝트 사업의 기간이었습니다.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조직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마이클 거버가 지은 <사업의 철학>이라는 책의 [조직 전략] 편을 보시면 동업에 어떤 기준을 잡고 가야 좋은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도 이 책을 진작에 읽어봤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동업에 대한 것은 일부이고,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전략을 구상하는 분들께 유용합니다.
위 책은 500대 기업 CEO 선정 최고의 비즈니스북이라고 하며 홍보를 하는 책입니다. <포브스>와 <포춘>도 책에 한줄평을 넣었을 정도니 일독을 권합니다.
정리를 하겠습니다.
동업은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는 누군가와 함께 하여 서로의 단점은 커버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의 동업이라면 사업을 보다 빠르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상호 간의 신뢰와 더불어 명확학 업무분장과 그에 따른 책임을 나누며 이것을 명시할 수 있는 계약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스타트업에 있으신 분들은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일반 창업, 사업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시작하다가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타적 이기주의 관점 없이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나의 공헌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내 수익 퍼센티지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이 간다면 결코 동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