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싫은 당신에게 #운문 에세이
자주 부러진다 하지만
지금껏 몇 번을 떨어뜨렸는데도
부러져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것을 꺾어 부러트리는 것은
추락에 의한 충돌이 아니라
나, 당신, 혹은 다른 이들
사람이더라
2022.02.04
인간관계로 한참 힘들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 마음을 다 내주면 상대는 마치 보란 듯이 내게서 돌아섰다. 그리고는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멀어지려 함을 눈치챈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었다. 털어놓을 이도 달리 없었기에, 혼자서 속앓이를 많이 했다. 그래서 그때는 관계에 대한 길고 짧은 글을 많이도 썼다. 지금 다시 그 글들을 보면, 궁상맞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참 짠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었기에 조금 더 단단해진 지금의 내가 있음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관계로 인해 가장 힘들 때는 누구의 탓을 해야 할지 모를 때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일진처럼 누구 하나 선명하게 탓할 그런 사람이 없을 때, 문득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 남이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기라도 하면, 그 우울은 끝도 없이 나를 아래로 잡아끈다. 그 시절의 나는 남을 대하는 법도, 나를 대하는 법도 참 서툴렀다.
과제 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잘 나오던 샤프가 나오지 않았다. 샤프 속에 남은 샤프심 개수를 확인하기 위해 샤프 뒤를 열었다. 순간 확 열어젖힌 탓인지, 샤프심은 와르르 쏟아져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널브러진 샤프심을 보며, 한숨을 한 번 쉰 뒤 그걸 하나씩 줍기 시작했다. 참 되는 일도 없던 때였다. 순간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부러진 샤프심이 하나도 없었다.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그들은 하나같이 멀쩡했다. 그런데 한창 줍던 중에 하나를 조금 세게 집었더니, 바로 툭 하고 부러지는 것이었다.
샤프심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외부의 충격에는 꿈쩍도 안 하지만, 사람의 손에는 여지없이 부러지는 샤프심이 왠지 지금의 나와 같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실수와 시도를 거듭하며 나름 인간관계에 대한 나만의 방식이 생겼고, 자존감도 많이 올랐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혹시 지금 관계로 인해 힘들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100 중 70 정도는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0은 당신의 자기 객관화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