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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Apr 16. 2021

시세이|순수純粹

시와 에세이의 어디쯤





매일 인생의 빨래는 쌓인다 


그리고 난 매번 작게 접는다


더딘 몸과 빠른 손은 다른 생명체일까 

 

습관처럼 오늘도 손은 움직이겠지


손금은 과거가 되고


주름은 미래가 된 지 오래전


조그만 아이는 지금 꼬물거릴 뿐이다


장난치던 머리가 등에 닿자


최초의 향기가 퍼진다


큰 눈은 웃고 


작은 눈은 조용히 감긴다


아이의 모습이어도


바라는 얼굴은 누구나 진지하다


큰 입이 묻자


작은 입이 배시시 웃는다


입에서 부는 바람은 


섞이지 않을 때 아름답구나








아내가 산더미 같은 빨래를 열심히 갭니다.

장난꾸러기 깜냥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짱돌 같은 이마를 엄마 등에 댑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호기심이 이는 행동에 아내가 묻습니다.

"뭐 하는 거예요?"

"빌었떠."

"뭐라고 빌었어요?"

"엄마 손이 아홉 개였으면 좋겠다고 빌었떠."

괴물 엄마를 원하는 아이입니다.

"왜?"

"그래야 빨리 끝내잖아."

깜냥이는 엄마가 빨리 쉬면 좋겠다고 하네요.

이런 괴물이라면 만날 변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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