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02월의 바리스타
짧지 않은 직장 생활을 끝내고 카페를 시작한 터라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객들을 볼 때면 내 나이를 새삼 실감하곤 하는데, 어르신들께서 애기들을 바라보실 때 '오구오구'하는 눈빛 발사 능력이 나에게도 슬슬 생겨나는 것만 같다.
지금이 첫 직장일 것만 같은 어린 직원분들을 볼 때면 '오구오구'눈빛 발사 능력이 시전 되는데, 그 버튼이 잘 눌려지는, 언제나 생글거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해주는 직원분이 설 연휴를 앞두고 카페에 들렀다. 항상 짝꿍처럼 같이 다니는 동료와 함께 와서 항상 먹던 음료를 주문하며 수줍게 내게 말을 건넨다.
"사장님, 명절에 어디 가세요?"
"명절.... 시댁 가야죠." (^^)
아쉬운 표정을 하며 별 뜻 없이 던진 대답이었는데, 내 대답에 당황한 눈치다.
"아. 아..... 아. 시댁...."
어쩔 줄 몰라하며 괜한 걸 물었다는 기색이 역력해서는
"시댁에 가긴 하는데 나이롱 며느리라 일 많이 안 해요."
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어라? 분위기가 더 어색하다.
"네? 사장님 뭐요? 잘 못 들었어요."
'내 발음이 이상했나? 목소리가 작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이롱 며느리라서 명절에 가도 일 별로 안 해요."라고 다시 대답을 해드렸는데
직원 얼굴에 물음표 백만 개가 두둥실 떠오르며 질문이 날아왔다.
"나... 나 뭐요? 나이롱 며느리? 그게 뭐예요?"
옛날 말을 던진 카페 사장과, 무슨 말인지 모르는 젊은 고객과, 옛날 말을 알아들은 동료.
이제 세 사람 모두가 당황했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어찌해 볼 생각으로
"어, 나 너무 옛날 사람 티 냈나..... 나이롱환자, 못 들어 보셨을까요?"
"나이롱환자요? 그건 뭐예요?"
그렇다. 난 전 국민이 나이롱환자라는 말은 다 아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이롱환자 몰라?"
함께 온 동료가 감사하게도 거들어줬지만,
"응? 무슨 말이야 그게?"
여전히 그 직원 얼굴에는 1도 모르겠다는 물음표가 떠다녔다.
동료 직원이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그 단어를 설명하고,
"아!! 그런 표현이구나!!"
우린 그렇게 어색한 웃음과 어색한 답변으로 그 순간을 무마했지만
내겐....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이라는 상처만을 남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