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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Feb 27. 2023

당신에게 이곳이 대나무숲이 될 수 만 있다면...

23년 02월의 바리스타

종종 병원에 처음 입원하시는 분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시며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신다.

질문을 위해 주문하기도 하고, 주문한 김에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병원 내에 식당은 없는지, 편의점은 없는지....

카페는 없는지....(여기가 카페인걸요?)

병원 내에 없다면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나 제일 가까운 편의점은 어디인지,

면회 제한이 있다는데 손님이 오면 어찌해야 하는지 등등....

병원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들을 구할 때가 많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고, 또다시 방문을 해 주시며 얼굴을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누가 아파서 병원에 오게 되었으며

어디가 어떻게 어느 정도 안 좋은 상황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생활을 해 왔는지를 토로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카페가 자연스레....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당신의 무거운 일상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야말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지금이 힘들다고 솔직해질 수 있음에 비하면, 카페 사장이 귀담아듣고 그걸 기억하고 말고는 그분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 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터 놓게 된 어머님이 계셨다.

암 판정에 정해진 나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이르다 싶은 나이에 말기암에 이르게 된 남편을 간호하시는 분이었다.

커피를 달고 사시던 분이었는데, 커피마저도 입에 대지 못할 만큼의 상태라며

옆에서 커피 마시기 미안하니 다 마시고 가겠다 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은 오늘은 조금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며 따뜻한 차를 줘 보겠다며 사가시고

또 어떤 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겠다 하셨는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가셨다.

며칠 만에 오셨기에

"퇴원하신지 알았어요."하고 인사를 건넬 때면,

며칠 동안 환자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곁을 지켰다고 하셔 선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어느 날엔가 늦은 오후에 내려오셔서는 남편분과 조금 다퉜다며 남편은 몸이 아파 지치고, 지키고 있는 어머님께서도 예민해져서인지 부딪혀 조금 다퉜다며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커피라도 한 잔 사러 왔다며 커피를 주문하셨다. 식사도 못했다 하셔서는

"남편분 간호한다고 식사를 너무 거르시니 어머님이 병나시겠어요. 잘 챙겨드셔야 해요."

라고 안타까움에 안부를 건냈더니

끼니를 못 챙겨도 좋고, 저렇게 누워있어도 좋으니 곁에 오래만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신다.

감히 짐작도 못할 그 마음의 깊이와 더불어 나도 저 입장이 되면 과연 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자문에 답이 쉽지 않았다. 


그날 저녁.....

마감을 끝내고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두운 저쪽 자판기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음료를 마시며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두커니 서 있는데 그 어머님이시다.

부산스럽던 내 움직임이 누가 말린 듯 이내 멈춰졌고, 행여 저 정적의 시간에 방해가 될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 깊은 한숨을 못 본 척, 내일도 활짝 웃으며 맞아드리는 것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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