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퇴사를 고민했습니다

신입사원 일기

by 레룬

1. 감정적인 퇴사는 하지 말자


지난 약 2주동안 퇴사에 대한 생각이 자주 났다. 입사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이런 마음을 가지는 건 조금 그렇지 않냐며 금방 마음을 억눌렀다가, 또 그러면 안 될 게 뭐가 있냐며 내면 싸움을 반복했다. 다행히 지금은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득 퇴사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고 좋은 결정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삐져있는 것 같다. 회사에 삐져서 퇴사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 매니저로부터 "이번 프로젝트 성과가 낮은 걸 네 잘못으로 보긴 어렵다"는 결론을 전달 받고선 한 편으론 마음이 편했지만 지난했던 두 달에 대한 억울함이 더 강하게 남았다. 알아줘서 감사한 마음보다 왜 이제서야 알아주냐는 속상함이 큰 걸 보니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쿨하고 싶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거고 이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게 사실 무섭고 답답해서 마음이 안 풀리는 거다.


억울함, 속상함, 답답함의 감정들이 내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걸 인지했을 때 지금은 퇴사할 시점이 아니구나 싶었다. 할 만큼 다해봤다는 후련함과 함께, 이 곳을 긍정하면서도 나는 다른 길을 가야하는 담백한 이유가 짚일 때 퇴사하고 싶다.



2. 마음 고치기


퇴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적어봤다.

1) 가시적 성과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구조
2) 프로젝트의 개별성이 고려되지 않는 성과 구조
3) 단독싸움을 해야하는 고립감

성과를 위한 보여주기식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다. 주로 쉽지만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본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봤고, 이런 마음이 일종의 자만처럼 느껴졌다. 엄연히 따지면 하기 싫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건 내가 포지션을 잘못 고른 거다. 면접 때 직무를 더 잘 파악했어야 하고 이미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책임감으로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재밌게 만들어보기. 도저히 재밌지 않으면 포지션 옮길 준비를 해보자.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배정되지만 성과는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다루는 사람들을 줄 세워 매겨진다. 엉망진창인 프로젝트를 받았을 때는 입술이 삐쭉 나오지만, 하긴, 성과를 개별적으로만 보면 그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가. 서운한 마음이 있지만 월말성과평가라는 시스템으로부터 성장에 큰 도움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스템의 단점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면, 거기서 오는 피드백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생각하자. 그리고선 내가 쥔 기회들에 주목하자.


단독싸움을 해야하는 고립감을 퇴사 이유로 꼽은 건 그 감정이 부담스러워서다. 나를 사방에 어필하는 것도,

강하게 자기주장 하는 것도 매번 낯설고 어렵다. 어려워서 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역량들을 개발하기에 좋은 환경이고 동시에 개인주의적인 업무 환경의 수많은 장점들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자.



3. 현명한 퇴사란


입사할 때의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면, 불편하지만 기회 많은 곳에서 계속해서 설레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사했다. 그렇다면 내 퇴사 결심의 기준점도 그것에 맞춰 생각해봐야겠다.

1) 이번달이 저번달보다 편한 기간이 2개월 이상 지속될 때
2) 6개월 뒤의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
3) 어떤 면에서든 배웠거나 배우고 싶은 게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때


아직도 회사에 삐져있는 마음이 살짝 남아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달이 저번달보다 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6개월 뒤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여러가지 있고, 오늘도 퇴근 직전까지 배움의 순간이 있었으며 호기심이 드는 당장 내일의 일이 있다는 사실이다. 감정적인 순간에 드는 퇴사 생각을 늘 조심하자. 또 언제 그러한 마음이 든다면 자주 마음을 고쳐먹어보고 현명하게 결정하자.

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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