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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Aug 26. 2023

첫사랑이 애매하다

혹시 첫사랑의 기준이 뭔지 아시나요?

첫 사랑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이상한 일이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사람만을 쳐다봤다. 내 인생의 첫 사랑하면 그가 떠올랐지만 우리는 너무도 플토닉 했다. 그와 손을 잡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때 알았다. 그는 현실 속에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대학교3학년 때였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다. 인문대에서 송승헌이라고 소문난 아이였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고 눈썹이 짙었다. 과모임이 있는 날 그 아이와 함께 우산을 썼다.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입시학원 앞에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오다 샀다며 신문지에 싼 장미꽃을 내밀곤 했다. 2년 후배였다. 그 아이의 맹목적인 직진이 싫지 않았다.



강의실을 나오는 나를 보고는 한 마디씩 했다. 생각보다 예쁘지 않다는 말을 앞에다 대놓고 했다. 나는 인문대 1학년 여학생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아이가 좋았다. 3살 어린아이가 나를 지킨다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만날 때마다 꽃다발을 안겨주는 그 아이가 좋았다. 나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 가장 반짝이던 시절에 그 애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정해둔 수순처럼 우리는 이별을 받아들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흩어졌고, 전화번호는 지워졌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처럼 생생하게 꿈에 나오는 날이면 하루가 혼란스럽다.




잠에서 깨어 아이들을 돌아봤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빨리 생각해 냈다. 내 자리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나간 사람은 그저 지나갔을 뿐이다. 흔적은 남았지만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는 딱 그 시절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9시부터 11시까지 아이들의 풍물수업이 있었다.

소설을 퇴고했다.

2시부터 3ㅣ시 30분까지 큰아이의 수학수업이 있었다. 소설을 퇴고했다.

5시부터 6시까지 큰아이의 바이올린 레슨이 있었다.   

소설을 퇴고했다.




A412페이지를 다 썼다. 최선을 다했다. 오늘 할 일을 다했다. 다리를 쭉 뻗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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