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걷고 있다. 울면서 걷고 있다. 삼 십 분 전까지 여자의 앞에 앉아 있던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울며 걷고 있다. 몇 번째 이별인지 모른다. 여자는 어쩌면 이번은 정말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늘고 가늘게 이어지는 인연이었다. 억지로 참고 견디는 시간이었다. 여자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가 생각나고 그리워서 눈물이 났다. 미워서 헤어지는 게 아니었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은 유행가가사에만 있는 말이 아니었다.
여자는 울며 걷고 있었다. 어디쯤 왔을까? 여자의 등 뒤에서 바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뒷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울고 있으라 몰랐지만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자의 오른쪽 어깨를 잡자 깜짝 놀라며 돌아섰다
한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는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여자는 모른다. 다만 남자의 눈이 슬퍼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는 여자를 와락 안았다.
안으며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아무래도 좋아. 그냥 사랑해.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 이제 여자는 남자의 어깨 위에서 눈물을 닦는다. 여자는 울다 웃었다. 남자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그날 밤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별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이별을 알 수 있다.
등 뒤가 서늘해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그 격렬함 온몸을 흔드는 슬픔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