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마누 Jan 01. 2024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일본에서 출판되었다. 이때는 일본이 군부세력이 아시아 대륙을 찬탈하고, 일본 안에서 군국주의 세력이 뻗어 나가던 시기였고, 전 세계적으로 파시즘이 극성이었다. 


일본의 자유주의 작가들은 이런 시기를 반성하고 청소년들에게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사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 속에서 작가는 인본주의 정신을 지켜내고, 청소년들에게 바른 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출판했다. 일본의 자유주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본 소국 민 문고' 16권을 만들었다. 20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편집자인 요시노 겐자부로가 윤리 주제를 담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맡았다.


참고로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머니가 미야자키에게 읽으라고 선물해 줬던 책이었다고 한다. TV에서 최신영화를 소개하는 프로를 보고 있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를 번복하며 만든 영화가 나왔다. 지브리 영화를 좋아해서 눈여겨보던 중 감독의 인생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책이라는 말에 당장 주문하기를 눌렀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총 10개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혼다 준이치는 15살 남자 아이다. 근처에 사는 외삼촌이 코페르니쿠스에서 이름을 따 코페르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책은 코페르의 일상과 학교에서의 사건,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하나의 사건이 끝날 때마다 외삼촌이 코페르에게 말을 하거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외삼촌은 광란의 파시즘에 맞서는 지식인인 동시에 저자 자신이 된다. 코페르는 방황하는 청소년이다. 저자는 외삼촌의 입을 빌어 코페르와 같은 청소년들이 삶의 문제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자아의 확장과 인간관계의 문제점, 훌륭한 사람의 조건과 진정한 용기, 가난 등 인생의 거의 모든 윤리적 문제들이 책 안에서 등장한다. 그리고 철학적인 소견을 덧붙이며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사는 게 옳은지를 말하고 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목 그대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코페르라는 아이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외삼촌의 이야기는 도덕이나 윤리책과 같은 말을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 이유는 코페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대 일본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배제한 채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되고 도움이 되는 책이다.      





네가 어른이 되면 알겠지만 자기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사람은 이 넓은 세상에서도 아주 드물단다. 더구나 이해득실이 맞물린 상황에서는 내 입장을 떠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려워. P.26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들은 남들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만 신경 쓰다가 결국 진짜 나는 누구인지 잊어버리고는 하지.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P.53


자신의 가치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우리도 가난할지라도 그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낮추지 않고, 또 부유하다고 해서 마치 위대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야. P.117


자포자기한 상태도 아니고 미치지도 않은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 자기 목숨을 돌아보지 않을 만큼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난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P.138


코페르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람은 한 번 행동하고 나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일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잊고 있었다고 해도 내가 저지른 일인 만큼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내 안엔서 사라지지 않는다. P.196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청소년에게 윤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작정하고 쓴 책이다. 따라서 자칫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작가는 코페르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학교와 친구들 사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문제의 해답을 찾게 된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보다 훨씬 복잡하고 자존심이 걸릴 때가 많다. 혹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면서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거나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아이들이라면 실패해도 괜찮다고 격려를 받지만 어른들은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여전히 어린 어른아이가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살고 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상실한 어른들은 그래서 외롭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성공보다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러 가지 일들이 한번 엉켜 들기 시작하면 종잡을 수 없이 꼬일 때도 있다. 가위로 싹둑 잘라내고 싶지만 그것도 생각만 할 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어른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적다.



그럴 때는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인간으로 사는 게 불가능한 시대에 어떻게 해야 사람으로 살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책이다.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저자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외삼촌이 코페르에게 어른이 되면 이렇게 살라고 조언을 해 주는데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생각했다. 다 읽고 나서 중학교1학년인 큰 딸에게 추천해 줬다. 딸이 읽고 나서 엄지 척을 해줬다. 엄마가 하면 잔소리지만 책으로 읽으면 감동이다. 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전 04화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