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마누 Apr 22. 2023

춘희할망의 독백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中

기대는 무신 기대게

언제 우리가 기대하멍 살아시냐

아님 말고 지게..


우연히 지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다. 한장면이 마음에 와 박혔다.


춘희와 옥춘은 영옥에게 핸드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영희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니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영옥.

알았다며. 그냥 보여나 주라고 하며 영옥을 보내고 난 후 

춘희의 독백.


나는 왜 춘희의 말에 가슴이 무너질까?


여든이 넘으면 곰방대 피우며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싶다

혼자 앉아

지나간 날을 되새기며

독한 담배 연기 속에

하고픈 말을 꼭꼭 숨겨두고 싶다. 지금은 아니다

여든이 넘으면

팔다리에 힘이 빠져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말하다 숨이 차 어쩔 수 없이 한 박자 쉬게 된다.



나보다 힘이 센 무언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하늘 향해 주먹을 날려봤자

제 손만 아프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즈음.

아무도 오지 않는 대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

마당에 물 한번 뿌리고

하늘 한번 쳐다보다

속에서 나오는 기침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



서른을 꿈꿀 땐 너무 아팠고

마흔을 앞두고는 마냥 들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여든이 넘으면 마음이 조용해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38년생인 시어머니가 집에 와서 52살난 아들과 한바탕하고 갔다. 화내고 소리지르다 결국 제 풀에 지쳐 현관문을 나서는데 볼때마다 몸이 작아지는 것 같아 이상했다. 시어머니가 꼭 외할머니 같다.



기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

늦은 밤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는 어머니

아무리 빌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일에 분노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견뎌내기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