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선배한테 연락해 보는 건 어때? 책을 여러 권 냈으니까 출판에 대해 잘 알지 않을까?
수요일 오후 2시 친구와 나는 아이들이 끝나길 기다리며 학교 운동장에 서 있었다. 대학동기인 친구는 방송작가다. 나는 그 친구가 부럽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이름 뒤에 붙는 작가라는 호칭이 부럽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친구는 손사래를 친다. 나에게 없는 걸 가진 친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것도 없어서 항상 부러워한다. 동경한다. 갖고 싶다고 말한다. 간절히 원한다.
들켰을까? 브런치에 글이 쌓여 책으로 엮고 싶다고 하자 친구가 낯익은 이름을 꺼냈다. 친구와 나는 국문과동기다.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다. 학교 다닐 때 시를 기가 막히게 쓰는 선배가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네이버에 이름을 검색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시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의외의 사람들이 책을 내고 작가가 된 경우도 있다. 에? 그 사람이 이 책을 썼다고? 하다가 문득 내가 쓴 글에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생각하면
부끄럽다. 친구에게 내 글이 부끄럽다고 말했더니 웃는다. 그런 게 어딨 냐며. 여기 있어.
그런데 왜 부끄러울 걸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왜 자신이 없을까? 완벽하지 않은 글을 책으로 엮으려니 마음 한 구석에서 부끄러움이 자꾸 잡아당긴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생각이었단 말인가? 그렇진 않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나를 온전히 담아낸 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그럼 써.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써야지. 이 정도면 됐다가 아니라 더 이상 무리야.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돼. 지금 이게 최선이야? 완벽한 글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움은 자신 없는 글에서 나왔다. 심사숙고하고 전력을 다해도 될까 말까 한 세상 속에 살면서 대충 이 정도면 됐어. 하고 앉아 있다. 글을 쓰며 스트레스는 받기 싫고,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물은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조급하게 만든다.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