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마누 Jun 04. 2024

매일 글쓰기의 힘

뭐든 일단 쓰기

허리 아픈 게 일주일이 넘었다. 앉았다 일어서려면 악. 소리가 났다. 몸을 펴는 게 힘들었다. 왼쪽 손끝이 저렸다. 오른쪽 어깨 위에 돌덩이가 올려진 것 같았다.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보다 못한 남편이 '개구리자세'를 알려줬다. PT선생님이 비뚤어진 골반 맞추는데 제일 좋은 자세라고 했다며 따라 하라는데 엎드리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평소 요가와 스트레칭을 즐겼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화가 났다. 아픈 걸 참고 남편이 일러준 자세를 틈날 때마다 했다.


통증이 줄어들었다. 왼쪽 허벅지에 열이 나면서 찌릿찌릿하던 게 사라졌다. 아주 조금 살 것 같았다.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픈데 뻐근했다. 아픈데 운동하고 싶어졌다. 달리기는 아직 무리일 것 같아서 동네 산책을 나갔다. 한 시간 정도 걸었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푹 잤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 왼쪽 엉치는 여전히 아프고, 몸은 오래된 폐가처럼 삐그덕거린다. 기름칠이 필요하다. 


어제 브런치에 올린 글을 시작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글을 쓰고 있지 않아도 글 쓸 생각만 났다. 쓰지 않아서 괴로울 바엔 쓰면서 힘들기로 했다. 한 시간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지만 쓸 때만큼은 행복하다. 그것만으로 됐다. 


일하지 않은 사람은 밥을 먹지 말라고 했다. 내 일은 글쓰기다. 밥 먹듯 글을 써야 한다.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한꺼번에 쏟아내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쓴다. 삐그덕거리는 몸뚱이를 이끌고,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몸이 돌아오길 기다리듯이. 


내가 그 어떤 것보다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일 방에 들어가 작업을 하면 글이 점점 나아진다는 사실이다. 3일이 지나고도 여전히 그 방에 들어간다면 당신은 하루하루가 끔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넷째 날에도 그 방에 들어간다면, 시내로 새거나 마당에 나가지 않는다면, 대개는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 -존 디디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