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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un 16. 2024

인사이드 아웃 2

일요일 조조할인으로 영화 보고 왔다.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


며칠 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한다며 난리를 피웠다. 얼마 전에 집에서 넥플릭스로 인사이드 아웃 1을 봤다. 기말고사가 25일 남았다며 큰 딸은 난색을 표했다. KT에서 무료예매를 알아보다 조조할인이 더 쌀 것 같아서 일요일 오전 10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아이들은 일찍 일어났다. 일요일에는 30분씩 총 5번의 게임을 할 수 있다. 7시 30분에 첫 게임을 시작했다. 큰 딸은 게임대신 나와 "귀멸의 칼날 4편"을 봤다.



아이들의 핸드폰게임을 막을 순 없다. 어차피 할 거라면 통제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가족회의를 거쳐 주말에만 핸드폰게임 30분씩 5회를 정했다. 주중에는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공부하고 주말에는 쉰다.



토요일 밤에 잠자리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뭐 했어?


-게임하고, 티브이보고, 유튜브보고 또 게임하고


대답하던 아들이 웃는다. 저도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노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재미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노느냐. 얼마나 노느냐다. 놀다가 문득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행이다. 그때까지 엄마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아들은 일요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극장은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오락실이 있다. 아들은 오천 원을 막둥이는 사천 원을 챙겼다. 열심히 용돈을 모아서 쓰겠다는 것을 굳이 말리지는 않지만 인형 뽑기는 2회로 제한했다. 



남매가 노는 사이 남편과 나란히 앉아 비행기게임을 했다. 남편은 학교 다닐 때 오락실에 돈을 제법 갖다 바친 것 같았다. 미사일을 피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반면 나는 손이랑 입이 따로 놀았다. 내가 오락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몸을 앞으로 밀고 있었다. 빠져들었다.


아들도 인상 깊었는지 집에 와서 유튜브로 인사이드아웃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았다. 영화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13살이 된 딸이 갑자기 말이 안 통하기 시작하자 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딸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13~15살 아이들을 모아놓고 자문을 구했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 역시. 그래서일까?



영화는 사춘기에 들어선 13살 소녀의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인사이드 아웃 1에 등장했던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분노, 소심'이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불안과 부업이, 당황이 와 따분이'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주인공 라일리의 기본 감정은 기쁨이다. 라일리는 기쁨 이의 주도하에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없어짐으로 해서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견고했던 자아의 성이 난데없이 등장한 공에 의해 무너지고 라일리의 감정은 기쁨대신 불안이 장악한다.



안정된 가정 속에서 느끼는 기본감정에서 벗어나 우정이라는 사회 속에 내던져진 십 대가 겪는 불안과 부러움,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따분한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영화가 끝나자 남편은 집에 있는 중2 큰딸이 보면 더 좋았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딸의 마음을 존중하기로 했다. 5학년인 아들은 조금 이해한 것 같았고, 3학년인 막둥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인사이드 아웃 2의 느낌은 이 모든 감정을 통틀어 하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탈한 삶을 꿈꾼다. 시련 없이 성과를 바란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대가 없는 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그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각각의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잠 못 이룰 만큼 복잡한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앉아 있다.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저마다의 감정이 요동치지만 그게 모든 당신이라는 것을. 어떤 하나의 감정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아이들을 위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어른에게도 할 말이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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