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와 혜란이

인생은 아름다워

by 레마누

토요일 저녁 고깃집. 다닥다닥 붙어 앉아 연탄불에 고기를 구우며 저마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틈에 영희와 친구들이 보인다.



-얘기 들었어? 혜란이 결혼했대.

-혜란이가 누구지?

-누군 누구야. 옥자지.

-혜란이가 옥자야?

-개명했어.

-근데 혜란이 아직도 결혼 안 했었어?

-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혜란이 이번이 세 번째 결혼이야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더 대단한 거 얘기해 줄까? 남편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 우리도 아는 사람이야?

-정희남편.

-뭐? 우리 중학교 동창 정희?

-어. 정희가 우리 중에 일찍 결혼해서 아들이 군대 갔다 왔을걸.

-정희랑 혜란이? 아, 이름 너무 헷갈린다. 옥자랑 혜란이 친했었잖아.

-그럼, 걔네 둘이 죽고 못 살았지. 옥자가 전남편이랑 싸워서 나왔을 때 정희네 집에서 살았잖아. 근데, 그때 정희남편이랑 눈이 맞았대.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러니까. 그런데 난 그럴 수도 있다고 봐. 생각해 봐. 정희가 감자탕집을 하잖아. 완전 가게 잘 된대.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다더라. 그래서 혜란이도 그 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나중에는 카운터도 봤다던데.

-그 식당, 정희 시댁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

-어, 근데 지금은 시부모님은 안 하고, 정희네가 물려받아서 다 하지. 그때는 지금처럼 잘 되지도 않았고, 정희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사람이 좋잖아. 단골들이 그렇게 많대. 웃긴 게 뭔지 알아? 정희는 또 음식은 못 해요.

-음식을 못 하는데 식당을 한다고?

-어. 정희남편이 주방에 있었대. 근데 혜란이가 또 그렇게 요리를 잘한다네.

-기억나. 나 예전에 혜란이네 집에 집들이 갔었어. 그럼 그때가 첫 번째 결혼이었나? 딸이 엄청 예뻤었는데

-그런가 봐. 딸은 지금도 예뻐. 쇼핑몰 한다더라.

-그때, 닭볶음탕이랑 잡채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던 기억이 나.

-너는 별 걸을 다 기억한다.

-그래서 혜란이가 음식을 잘해서 정희남편이 좋아한 거야?

-모르지. 그걸 어떻게 알아. 정희도 몰랐으니까 혜란이를 집에 들였겠지.

-말도 말아. 나 옛날에 보험 할 때 정희네 집에 간 적이 있었거든. 정희는 집에 없었고, 남편이 도장을 찍어야 해서 갔었는데, 세상에 그때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왜? 무슨 일 있었는데?

-아니, 문을 딱 열었는데, 혜란이가 나오는 거야. 여름이었거든. 빤스 다 보이는 반바지에 나시티 입고. 세상에 그게 친구네 집에서 입을 만한 옷이 아니었어. 정희남편 얼굴을 못 보겠더라.

-원래 혜란이가 옷을 그렇게 입어. 다리가 예쁘잖아.

-나 생각나. 너 그때 우리 집 왔을 때 혜란이도 같이 왔었잖아. 혜란이가 우리 집 구경하면서 집 좋다고 하니까 나한테 오빠랑 혜란이 절대 만나게 하지 말라고 했어.

-진짜? 민숙이가 너 잘도 생각해신게.

-우리는 혜란이처럼 하라고 해도 못해. 일단 다리가 안 돼. 치마를 입을 수 없어.

-그런가?

-그럼, 너나 나 다리로 무슨 남자를 만날 거니. 남편이니까 사는 거지. 살이 다 다리로 가는 거 같아.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봐봐.

-튼튼하긴 하다. 근데 나도 장난 아니. 허벅지는 너보다 두꺼울걸?

-그래서? 뭐? 혜란이가 다리가 예뻐서 세 번 결혼을 했다는 거야? 뭐야?

-아니지. 혜란이 걔는 돈 많은 남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내. 정희네 시댁이 엄청 부자잖아. 그리고 인간적으로 말해서 정희가 애교가 있냐. 말을 잘하냐. 그냥 아이가 착하기만 하고, 일만 잘했지.

-아, 그래서 정희가 그런 말을 했나. 나 예전에 정희를 한 번 만난 적이 있거든. 그때 우연히 미용실 가는 얘기가 나왔는데, 정희가 글쎄 파마를 안 한다는 거야. 돈이 아까워서. 근데 혜란이는 한번 가면 삼사십만 원을 쓰고 온다고 하고, 마사지도 계속 받는다고 하더라고. 그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정희한테 그랬지. 너도 관리를 좀 하라고. 정희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아, 맞다. 그것도 해 본 사람이 해 본다고 하면서 자기는 엄두가 안 난대. 겁이 난대.

-그러니까. 식당이 잘 되면 그 정도는 쓸 만도 한데.

-자기 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 정희네 시부모님들이 아직 젊고, 남편이 돈관리를 하니까

-그럼 정희는 어떡해? 어떻게 산대?

-남편이 준 돈으로 주점을 차렸대. 근데 또 대박인 게 뭔지 알아? 그 주점이 그렇게 잘 된대. 종업원만 7명이라더라. 정희가 뭔가 타고나긴 한 거 같아. 근데 또 감자탕집은 손님이 떨어지고

-희한하다.

-그 와중에 혜란이는 그렇게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단다. 아는 후배가 별스타에 올린 걸 봤는데, 뭐 드레스가 엄청 비싼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봐야 50 넘어서 뭐 예쁘겠지

-예쁘던데. 관리 잘 한 티가 나더라.

-너도 일 안 하고 매일 거울 보면서 관리받으면 혜란이보다 훨씬 예쁘지.

-그런가? 근데 관리해 그네 뭐 할 거라. 시집갈 것도 아닌데.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거지.

-정희는 어떵 살암시니.

-아들 하나 보고 살겠지. 아고. 혜란이 결혼식 때 간 사람들은 없지?

-누가 가겠어. 친구들 아무도 안 갔대. 걔는 이제 우리 얼굴 못 보지.

-참. 세상에 별일이 다 있다. 야, 혜란이는 혜란이고, 고기 탄다. 탄 거 먹으면 안 돼. 빨리 먹자. 이 집고기 맛있다. 우리 다음 모임은 어디 갈까? 설날이 있어서 다음 달은 패스 하자고? 그래. 뭐. 그럼 3월에 만나는 거지? 근데, 너 기미 많이 사라졌다. 병원 어디? 돈이 좋긴 좋네. 아냐. 생긴 대로 살다 갈 거야. 그래, 그러니까 너나 나나 사는 게 똑같아. 그래서 친군가? 많이 먹어 친구야. 오늘도 고생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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