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소설모음

by 레마누

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남아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5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트넘 상을 받았고 2005년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타임>'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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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


요 며칠 사이에 나의 상상을 붙들어 온 그 여행을 정말 감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패러데이어르신의 안락한 포드를 타고 나 홀로 즐기게 될 여행, 일글랜드의 수려한 산하를 거쳐 서부지방으로 나를 데려다 줄 여행, 그리고 예상컨대 무려 닷새나 엿새 동안 나를 달링턴 홀에서 떼어 놓을 여행이다. 이 여행의 발상 자체가 패러대이 어르신의 지극히 고마운 권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레마누생각

여행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군.

여행이 이 사람에게 중요한가?

패러데이 어르신은 누구지?

신분에 차이가 느껴지는 단어다.

나는 패러데이 어르신을 아주 극진히 공경하는 것 같다.

5~6일의 여행이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를 보내지 마


내 이름은 캐시 H. 서른 한 살이고 11년 이상 간병사 일을 해 왔다. 11년이라면 꽤 긴 세월처럼 들린다. 실제로 그들이 내게 올해 말까지 8개월을 더 일해 주길 바라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내 경력은 거의 12년에 이른다. 내가 간병사로서의 경력을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한 게 그 일을 환상적으로 잘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서인 것만은 아님을 이제 나는 안다. 사실은 아주 훌륭한 간병사인데도 일을 시작한 지 겨우 2~3년 만에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 사람도 있고 정말이지 형편없는데도 14년 동안 계속해 온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적어도 하나 이상 떠올릴 수 있다. 내 자랑을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해 왔고, 나 역시 대체로 그렇다는 말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맡은 기중자들은 언제나 기대치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그들의 회복 과정은 인상적인 정도로 양호했고, 심지어 네번째 기중을 앞두고서도 '동요상태'로 판명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레마누 생각

자신의 대한 소개로 소설이 시작된다.

간병사의 이야기인가? 기증자는 뭐지?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건 확실하다.

역시 잘 모르는 분야는 낯설고 따라서 흥미롭다.

전문적인 느낌이 들면 글에 신뢰가 묻어난다.

시작이 좋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졌다.


클라라와 태양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그래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무직 노동자, 택시, 조깅하는 사람, 관광객, 거지 아저씨와 개, RPO빌딩 아랫부분이 보였다. 우리가 좀 적응이 된 다음에는 매니저가 매장 앞쪽 쇼윈도 바로 뒤까지 가도록 허락해 줘서 PRO빌딩이 얼마나 높은지 보았다. 딱 적당한 시각에 그 자리에 가면 해가 우리 빌딩이 있는 쪽에서 PRO빌딩이 있는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레마누생각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왔다고?

매장과 매니저라는 단어를 보면 로사와 나는 일단 사람이 아닌 거 같아.

그런데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네.

유리창 안에서 밖의 세상을 관찰하잖아.

해가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니.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도무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겠다.

제목이 "클라라와 태양"이다.

해가 소설의 첫부분에 나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내가 누구인지? 해가 어떤 의미인지?

그런데 클라라는 누구야?


파묻힌 거인


당신이 그곳에 갔더라면 한참을 두리번거렸을지도 모른다. 구불구불한 시골길도, 그림 같은 초원도, 후세 사람들이 예찬하는 영국 풍광이라곤 좀처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삭막한 황야뿐이요, 바위산과 황무지 위에는 울퉁불퉁한 길만 드문드문 패어 있을 뿐이었다. 로마인들이 버리고 간 도로는 이즈음 대부분 망가지거나 잡풀이 무성한 채 허허벌판으로 아득히 뻗어 갔을 것이다. 강과 습지에 싸늘하게 깔린 안개는 이 땅에 아직 서식하던 오거들이 활개 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부근에 살던 주민들은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에 이 음산한 자리에 터를 잡고 사는지 몰라도 - 오거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괴물은 안개 속에서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기 한참 전부터 헐떡이는 숨소리로 출현을 예고하곤 했다. 하지만 오거가 나타났다고 해서 놀라 펄쩍 뛸 일까지는 아니었다. 그 시절 오거란 일상적인 위험 요소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괴물 말고도 걱정할 일은 태산이었다. 단단하게 굳은 땅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일도 걱정이요, 땔나무 동나지 않게 할 일도 걱정이요, 하루에 돼지 십수 마리가 죽어 나가고 아이들 뺨에 시퍼렇게 발진이 돋는 역병을 막을 일도 걱정이었다.


레마누생각

제목이 인상적이다.

로마인들이 버리고 간 도로라니.

도대체 언제적 얘기라는 걸까? 오거라는 단어도 낯설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느낌이다.

오래 된 전설을 듣는 것처럼 신비롭다.

나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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