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씀
질 문
아무도 묻지 않았다
이른 아침 호숫가에 피어난 안개처럼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머리는 구겨진 종이로 가득 차 있다
문 닫힌 가게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누군가 어깨를 흔든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본다
놀란 듯 뒷걸음치는 사람.
낯익은 장면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해가 뜨고 지는 동안 나는 돌처럼 딱딱해졌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입술이 갈라지며 쩍 소리를 냈다
지금 나를 흔드는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까지 왔는가
입이 없는 당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허공에 대고 팔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