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

Short story & find a song

by 강경아

TPOF: time 오후 3시

place 기타 연습실

occasion 누군가를 의식할 때

feeling 설렘, 두려움, 걱정

BGM K드라마 by 우효

https://www.youtube.com/watch?v=oLhKEKgg53M



Grey love


한은 욕실 문을 열었다

세수를 하던 윤이 깜짝 놀라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한이 기타를 메고 특유의 헤벌쭉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맨 얼굴에 당황한 윤의동그랗게 커졌다

그런 윤이 귀엽다는 듯 한이

"나 갔다 올게" 하며 문을 나섰다 동네잔치에 기타로 여흥을 돋우기 위해 나가는 참이었다

같이 여행 온 멤버들은 어젯밤 술파티의 여파로 일어나지 못했다

낯선 곳에서 잠을 못 자서 일찍 일어난 탓에 한과 마주치게 되었다

왠지 윤은 소녀처럼 가슴이 가볍게 뛰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부대껴서 뛰는 것이 아닌 '딩동'하고 문을 두드리듯 기분 좋게 쿵쾅거렸다

몇 달 전 크리스마스 파티를 가지 않았다면 윤은 이런 순간을 맞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날이 지금까지 연결이 된 것이다

엠티를 그의 고향쪽으로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못 볼 사람...그 생각을 하면 무리 속에서 혼자 즐거워하는 것도 끝인데 불안해지는 윤이다

모임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자이저인 그가 머물기엔 모임은 잔잔한 호수 같았다 누가 파문을 일으켜 주기만을 바라지 스스로 역풍이 될 생각이 없는 소심한 윤과 멤버들 그중에서 한은 당연 튀는 존재였다 항상 허허실실 한 한이라도 그 말은 참말 같았다

여럿이 간 엠티라도 한과 더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윤의 집까지도 데려다준 한이었다 민박집 노래방에 갔을 때 여럿이 한 어깨동무에서조차 윤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윤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한을 보면 어색해지고 허둥지둥하는 자신이 느껴졌다

마치 초짜처럼 처음 남자를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오랫동안 누구도 가슴에 담아두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갈증인지 한을 처음 본간부터 그 이후부터 점점 빠져드는 윤이었다

경계심이 심한 윤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기존 멤버들하고 거리감이 심해서 모임을 정리할까

생각하던 중에 뉴페이스 한이 등장한 것이다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기타 모임에 가입한 것은 윤 스스로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술 먹는 모임이나 왁자지껄한 모임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노래 듣은 것을 좋아하고, 가끔 무료할 때 좋아하는 노래에 반주를 스스로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으로 나가게 되었다

지루한 일상에 벗어나고자 기타 모임을 택했으나 기타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인지 쉽사리 익혀지지 않고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 기타를 등에 매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가 정해진 연습시간이었다

특별히 재미가 있지도, 맘에 드는 이성도 없어서 그만둘까 하던 차에 크리스마스를 홈파티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항상 활기가 넘치는 진이 자신의 집으로 하자고 했다 진의 집은 윤과는 두 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스산한 겨울바람마음속까지 얼어붙지 않았다면 , 윤은 아직 친하지 않은 멤버들과 어울릴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친밀했고 윤은 이방인이었다 동화되기 힘들었으나 기타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어울리는 것도 내성적인 윤으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늦은 저녁 많은 멤버들이 진의 집에 모였다

파티답게 크리스마스다운 장식과 들뜬 분위기에 윤은 서서히긴장감이 녹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근사했고 모두가 들떴었다 우스운 가발과 분장을 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캡사이신이 투하된 마약 떡볶이와 케이크 음식들을 먹으며 떠들썩한 분위기에 한 두 명씩 늦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그 남자 한이 들어섰다

한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 아 그 재밌다던 남자 ' 윤이 빠진 그 전주에 한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이벤트 관련 일을 해서 사람들을 웃기고 분위기를 잘 띄운다는 남자

보기엔 범생이처럼 보이던 남자 어느새 장난을 치고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었다

순간 윤은 한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처음으로 먼 거리를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한눈에도 이상한 장난치는 것을 보고' 또라이'가 첫 느낌이고 호기심이 생겼다

윤은 늘 그런 남자들에게 끌렸다 특이한 남자.... 내면이 특이한 남자....

곧 크리스마스 선물 경매가 시작되고 모두 자신에게 필요한 선물을 받으려고 불꽃이 튀었다

실은 그날의 선물이 무엇인지는 윤은 생각이 안 난다 그러나 그 남자 한의 선물은 생각이 난다

원서도 된 영문소설과 베이지색 빈티지 바바리... 그 이상한 바바리를 계속 입고 유쾌하게 떠들던 모습을 계속 눈으로 좇아가던 윤 . . .

중간에 일 때문에 가야겠다고 한이 일어설 때

그가 같이 가자고 했다 놀라서 토끼눈을 뜨고 "네?"하고 반문하니 한이" 농담입니다" 하면서 자리를 떴다

그러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일어서지 못했던 윤

윤이 한을 따라가거나 어떻게 하거나 실은 이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인데 윤은 그날 사소한 용기를 못 냈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남의 눈이 뭐하고 말이다

떠들썩했던 파티도 한이 자리를 비우자 윤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어져 갔다

그 후 윤은 기타 모임을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한동안 한을 보지 못해 답답하던 때에 한이 더 이상 안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그 날이 머릿속에 리와인드가 되어 소심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어느 일요일 연습실에서 또 잘 안 되는 기타를 부여잡고 치고 있던 어느 날 윤은 왠지 모를 심술에 입술을 꾹 다물고 기타를 치고 있었다

한이 예의 또 어색한 표정으로 기타를 매고 들어섰다 윤은 한편으론 반가웠으나 한을 알은 채는 못했다 애초부터 연애의 기술, 꼼수를 알았다면 그날 바로 같이 길을 나섰을 것이다 한이 저쪽에서 어느새 윤 옆에서 지나가다 한마디 한다

인상 구기며 친다고 윤은 " 어깨가 아파서요 "

연습이 끝나고 술자리가 이어졌다 엠티 애기가 나왔다 두 곳 정도가 물망에 올랐다 한은 자신의 고향에 가면 아는 사람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다고 했다 조금씩 사람들과 친해지던 윤이 어필하여 마침내 한의 고향 쪽으로 엠티를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윤은 한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소극적이지만 적극적으로 늘리게 되었다

윤 스스로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몰랐다 그저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윤을 움직이게 되었다 엠티 후 정말 자신의 말처럼 한은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속만 타들어 가는 윤이었다 기타 연습은 꾸준히 갔지만 이미 윤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윤에게는 기타는 이미 뒷전이었다 한을 못 보게 되니 윤은 기타 모임도 나가기 싫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하고 싶었다 혹시 나를 좋게 볼 수도 있잖아 하며 말이다 엠티 때 두 사람이 나누었던 눈길이며, 다정했던 한의 행동에 일말의 기대를 하면서

떨리는 맘으로 전화 버튼을 눌렸다

:여보세요

:저 여보세요 나 윤인데...

: 아 알죠 잘 지냈어요 누나?

음... 한은 연하였다 한 살 연하

먼저 통화를 한 건 윤이었지만 서둘러서 금방 끊었다 무슨 말 끝에 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연상은 관심 없다는 말에 힘이 쭉 빠지는 윤이었다

중략


Note :

그레이 러브는 3년 전에 제가 실제로 겪은 '썸'에 관한 내용 예요

윤은 저의 실제 모습을 많이 반영한 인물 예요

그때 이후로 기타는 가만히 방에다 모셔다 두고 있지요 ^^ 이 소설은 한 1년 전에 구상한 내용으로

설렘, 호기심, 상대를 알아감으로 머릿속에 남은 상대방에 대한 환상이 어떻게 부서지는가? 에 대한 것으로 "나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라는 영화와 제가 실제 겪은 연애를 통해서

'말'과 말을 제외한 바디랭귀지, 눈빛 등이 어떻게 연애에 화학작용을 하는 가? 에 대한 궁금증에 관한 내용 예요 도입부에 나와있듯이 윤은 마치 적당한 상대가 누구라도 나타나면 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돼있다는 자세를 갖고 있죠 마치 공식처럼 말이죠

요즘은 마이너스의 사랑은 없는 듯해요 내가 준 만큼 너에게도 이만큼 받아야겠다 이런 마인드 죠

좋게 말하면 나쁘게 말하면 모든 것을 다 주는 아가페적 사랑은 바보 같은 사랑이라 비웃음을 사죠 냉정하게 말하면 마이너스 사랑에서,

그 그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죠

저조차도 사랑에 있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용기가 씁쓸함으로 뒷맛이 남을지언정 마이너스 사랑을 하고 싶네요 제 경험담을 다시금 소환하면 실제로 제가 좋아했던 그는 외적 조건이 매우 뛰어났지만 제가 그에게 덧씌운 환상만큼 근사하지는 않았죠 어제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썸이라도 좋다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연애의 끝이 좋게 맺히던, 나쁘게 맺히던 누군가를 알아가고 설레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 좋은 가을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아닐까요? 다만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만든 환상속의 그 사람은 실제와 분리하는 저와 당신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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