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 find a song
'사라지는 순간'
TPOF: time 11시
place 심야버스
occasion 연애가 잘 풀리지 않을 때
feeling 혼란스러움 , 답답함
BGM All of me by Michael buble
https://www.youtube.com/watch?v=KCD_eosS1L0
사라지는 순간
민은 그런 여자였다 최선을 다하는 특히 남자에게는 정말 최선을 다하는 여자였다
너무 최선을 다해 남자가 질려 도망가 버려도 원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여자였다 그나마 볼품없었던 남자를 빛이 나게 만들어 놓아도 그 공을 다 받지 못하고 아니 걷어차이고 다른 여자가 그 공을 다 차지하여도 그냥 원망 없이 눈물만 흘리는 그런 여자다
그렇다고 민이 정말 모자란 여자는 아니다 중산층 집안의 막내로 서울의 유명하다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여자다 다만 취직 몇 달 만에 회사 안에 연애 스캔들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하는 사랑에 죽고 못 사는 사랑지상주의자이다 그 상대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지나친 감성이 이성을 압도한다고나 할까? 민이 그렇다고 정말 만만하게 생긴 여자도 아니다 그런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하얀 도화지에 검은 얼룩 떨어뜨리듯 한번 물들이고 싶은 그런 여자…….민은 허리가 잘록해 H라인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여자다 그리고 적당한 교태가 있어 남자들의 춘심을 흔드는 여자다 그런데 딱 그 순간이다
그 첫 대면의 순간이 사라지는 순간 세상 이렇게 쉬운 여자가 없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정말 본인 의지가 하나도 없는 그런 여자이다 그런 민이 답답하여 친구가 일주일 내내 붙잡고 얘기를 해주었는데도 최선을 다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정말 최선을 다해 쉬운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민이기에 남자의 작은 친절, 배려에도 쉽게 사랑에 빠진다
추남이든 미남이든 키가 크든 뚱뚱하든 말라비틀어졌든 성격이 소심하든 대담하든 술 주사가 있던 기독교든 천주교든 그래서 민은 정말 사랑에 빠지기 쉬운 여자다 남자에 대한 기호나 취향이 한 곳으로 쏠리지 않아 활짝 열려있으므로 어떤 남자라도 사랑스러움을 찾아내는 박애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여 민은 못하는 것이 없는 여자였다 그 다양한 남자들이 원하는 바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쿠키를 먹고 싶다면 쿠키를 예쁜 상자에 담아 사무실 배달을 하든
집밥 같은 도시락을 먹고 싶다면 퀵을 불러서라도 손수 싼 도시락을 사무실로 배달해 준다
피곤한데……. 그러면 서울 끝과 끝에 있음에도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총알같이 달려와
대리운전을 한다 남자는 허풍 떨 듯이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그녀가 얼마 만에 달려오나를 시험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와 친구들 사이에서 민의 별명은 ‘ Always(:늘상 달려오는 대기조) ’이었다 하여 민은 늘 바쁘다 PPT 회의 문건도 척척, 관공서 서류 떼는 일도 하다못해 남자 친구 강아지 산책과 배변 활동도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와 설거지는 기본 옵션이니 말 다했다 끊임없이 남자를 만나고 항상 연애 중인 그녀의 얼굴은 사과빛 홍조가 있어야 하지만
늘 눈 아래 다크서클과 거친 피부 톤은 민이 추앙하는 남자들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주변에서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사는 민, 여권 신장을 부르짖는 이 시대를 심하게
역행하는 것도 민 자신 …….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행복한 연애 생활을 하는데도 왜 늘 피곤하고 피곤한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뭔가가 아주 사소한 무언가가 결핍되었던 것만 인지할 뿐 그러나 그런 연애 패턴을 강제 종료해야 했던 일이 벌어졌다 마치 무협 활극처럼 …….
서른을 넘어 두해 민이 연애 안식년을 강제 선언당할 수밖에 없던 그날!
일의 발단은 회사의 사장이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은 맞지만 민 자신이 욕하면서 봤던
아침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자신이 될 줄은 추호도 몰랐다 착한 역이 아닌 불륜녀 역에 말이다
어느 날 야근을 하느라 사실 애인의 퇴근시간을 맞추느라 일을 만들어하고자 했을 때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사장이었다 뜨거운 홍차를 들고 사장의 방을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푸른빛이 드리워진 방에 앉아 밖을 응시하는 사장의 옆얼굴을 보았다
민의 가슴에 서늘함이 흘렸다 늘 사무적으로 대하던 사장이었는데 그 순간 민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굵은 이마주름을 찡그리고 허한 눈빛으로 도시의 야경을 응시하던 사장의 눈빛에서 섹시함을 느낀 것이 지나친 비약일까?
하긴 민이 딱 남자에게 빠져드는 순간이 딱 3초니 그리 이상한 전개도 아니다 그날 남자 친구를 바람을 맞힌 것은 놀랍게도 민이었다. 민의 연애사에 있어 너무나 큰 변화였다 민이 남자 친구에게 주었던 모든 것 정성 어린 음식, 대리 운전, 강아지 산책, 회사 문서작성, 청소 그리고 섹스까지도 일절 단수되듯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뚝 끊어 버렸다
중략
출장으로 상해를 가던 날 사장은 갑자기 선물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호텔 야경으로 보는 상해의 마천루와 바다를 보니 문득 마음이 출렁거렸다
민과 연애를 하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것이니라
민의 가는 목덜미에 에메랄드 목걸이를 걸어주는 상상을 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민이 만나온 남자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민 또한 흡족하여 자신에게 더 빠질 것이라는 계산도 섰다 그래서 상해의 푸른 바다를 닮은 에메랄드 목걸이를 준비했다
물론 두 개로! 하나만 산다는 것은 아무리 민에게 푹 빠져 있어도 페어플레이에 위배되는 것이다 사장은 내심 자신의 이 능력에 감탄했다 그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물론 두 여자에게 똑같은 목걸이를 줄 수 있는 경제력과 지배욕을 말하는 것일 거다
세상에 감출 수 없는 것이 감기와 연애라고 했던가? 민이 고가의 목걸이를 하고 다니자 몇몇 여직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문이란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늦게 전달되는 것이라
민과 사장의 어쭙잖은 사탕 같은 유희는 계속됐었다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사장 부인이 방문을 했다 마침 사장은 자리에 없었다
사장 부인은 차를 내오는 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았고 마침 목에 있는 목걸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민은 당황해 평소 잘 붉어지던 뺨이 더 붉어졌다
사장 부인은 예의 바르게 부잣집 딸로 키워진 교양을 애써 긁어모아 민에게 목례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회사를 나서자 약간 휘청였다 그간 남편의 수상쩍은 행동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늘 여자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소년처럼 들떠서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거나 아니면 느닷없이 관심 없었던 집밥 요리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거나 이따금 혼자 웃거나 ……. 자신이 기억하는 한 비웃음은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예전의 바람과는 다른 것을 직감을 했지만 이런 여자애에게 빠지다니…….
남편에 대한 배신감보다 이상한 열패감이 솟구쳤다 사장 부인이 회사를 떠나자 그 즉시 사내에는 똑같은 목걸이를 한 두 여자가 마주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군수군거림이 민에게까지 돌고 돌아왔지만 민은 설마 하며 넘어갔다 그러나 설마 하는 말이 사람을 잡듯 민은 알지 못했다
그날이 막상 닥쳐오기 전까지는…….
사장 부인은 막돼먹은 여자가 아니라서 며칠 후 자신에게 돈을 자주 빌리는 드센 언니들에게
그 간의 일을 흘렸다 물론 속으로 민을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든 떼어버릴 심산이지만,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본인의 우아함은 잃고 싶지 않았고, 언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게 그려졌다 언니들은 분명히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을 그 여자에게 쏟아부을 것이다
돈에 대한 미안함인지 아니면 동생에 대한 형제애인지 그도 아님 잘 사는 동생에 대한 시기심인지 그 모든 감정들을 응축시켜 언니들은 회사로 몰려갔다 회사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언니들은 곧장 사장실로 진격했다
오후의 나른함이 퍼져서 사람들이 지루함에 지쳐갈 때 무협 활극이 펼쳐졌다
언니들은 민을 사장실에서 다짜고짜 끌어내 그 모든 직원들이 다 보는 한가운데서
민의 머리채를 쥐어뜯고 마구 날아오는 주먹세례를 퍼부었다 민은 곧 입술이 터지고 눈가의 실핏줄이 터져 퍼렇게 멍이 올라왔다
여자들은 집단 광신도들처럼 악에 받쳐 세상의 험하디 험한 욕은 다하면서 블라우스를 잡아당겨 가슴이 훤히 드러나게 했으며,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마침내 민을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그 위로 멀찍이 떨어져 이 모든 것을 관망하던 사장 부인의 얼음장 같은 시선이 잠시 머물렸다
악다구니가 사라지고 그 드잡이 할 대상이 넝마가 되어 너덜너덜 해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저 자신들이 마무리할 책상으로 돌아갔다
한참을 쓰러져있다 누군가가 던져준 재킷을 머리에 쓰고 민은 도망치듯 겉옷과 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내내 아니 그 밤 내내 민은 자신이 당한 것보다 사장만을 생각했다
사모님이 화풀이하지 않았을까? 그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내가 이해해야지……. 그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치도곤을 당하고 있을 거야 자신보다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다음날 출근을 준비하는 민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조실의 김 대리였다 집 앞 카페로 나와 달라는 말이었다 카페서 만난 김 대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 민씨 얼굴이 안 됐어요……. 사장님의 지시사항을 대신 전하러 왔어요 어제의 일은 유감이며 오해로 빚어진 일이니 마음 쓰지 말라고요 그리고 회사는 ……. 음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민씨는 퇴사처리하겠다고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진심으로 미안했다고 전하시네요 그리고……. “
봉투를 내밀고 김대리는 카페를 나갔다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김대리의 눈에는 연민이 가득 찼다 김대리의 착한 성격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심부름이었다 김대리는 몹시 당황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얼굴의 상처를 가리느라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민은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 웃음의 의미는 민 자신이 가장 잘 알리라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부은 민의 얼굴이 그로테스크하게 이내 일그러졌다 민은 핸드폰을 꺼내 잠시 바라보았다 민의 눈빛에서 파란 섬광 같은 것이 잠시 떠오르다 사라졌다 멍한 표정으로 몇 분을 봉투와 핸드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침내 무엇이 들었는지 짐작인 가는 민은 봉투를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민은 차갑게 식은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마셨다
그리고 카페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마지막 늦가을을 불태우듯 거리는 붉은 카펫이 펼쳐져 있었다 불륜으로 짓밟힌 그래서 넝마가 된 지금이지만 하늘은 높고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한가한 평일 오후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매우 평범해 보였다 민 또한 그 사람들이랑 다르지 않았다고 느꼈지만 그 무리 속에 속하는 것은 어쩌면 요원한 일이 될 것만 같았다
민과 사장은 딱 한 번 그 선을 넘은 적이 있었다 바로 그날 민이 뜨거운 홍차를 가져다주던 날 사장을 부축해 주다가 뜨거운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사장의 입술에선 안주로 먹었는지 멜론 맛이 났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시작이었는데 오해의 소지를 주었다면 진심으로 미안했다니……. 헛웃음만 나는 민이다
민은 자신이 그동안 해온 그 모든 것들이 민이 정말 쉬운 여자라서 그런지 반문했다
사랑은 결핍된 곳을 채워주고 과한 것은 덜어주고 통하면 좋은 것 아니던가?
그래서 애인이 정말 사소한 부탁을 해와도 그 사소한 일이 덜어져 애인이 편하다면 내 한 몸 피곤해도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민도 자신을 향한 친구들의 걱정, 회사에 돌고 있는 소문들을 모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제어가 안 됐을 뿐이다 민이라고 사장의 백그라운드 소문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처음 입사 때부터 사장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고 그 눈길이 뱀 같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 눈길이 발목부터 휘감아 치마 속 깊은 곳까지 타고 올라온다고 생각했다
남자에게 약한 것이지 정확이 민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약했던 것뿐이지 그 외의 남자에게 약한 것은 아니었다 입사동기들 사이에서도 사장의 묘한 성희롱은 이미 유명했다 손이나 피부로 터치를 하지 않을 뿐이지 눈길 샤워 안 받은 직원이 없었다 그렇게 몸서리 쳐지게 싫었던 사장이 연애대상이 된 것 또한 의외였다 사람의 생각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닌 상황이 사람에 대한 생각을 전복하는 경우도 있었나 보다 사장과 통하던 그날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애인에 대한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고 해야 할 일은 있었기 때문에 사무실에 남았던 것이다
민의 가슴 안에 뜨거운 것이 울컥울컥 솟았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애인은 또 일 핑계를 대고 자신에게 회의 문건을 떠넘겼다 며칠 전 스타킹녀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애인의 sns를 살펴 그 스타킹녀를 확인했다 미모는 둘째치고 당당한 눈빛 때문에 더 속이 부대꼈다 왜 난 퇴근도 못하고 이렇게 컴퓨터와 씨름해야 하지? 화가 나다 못해 이런 못된 남자 끊지 못해 질질 끌려다니는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때 어두운 유리문을 열고 사장이 들어섰다 순간 당황했다 평상시 같으면 아주 어색해하며 가방을 챙겨 나왔을 것이다 이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심리였다 사장이 차를 부탁했을 때 민은 빨강 립스틱을 다시 발랐으며 블라우스 옷깃도 두 개 풀어버렸다 지지부진한 연애나 뭔가 꽉 막혀버린 관계도 안녕을 고할 때였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누군가가 묘비명에 써놨댔지 죽을 때 후회 말고 뭐든 해보자 그런 심산이었다
그날 민은 뭔가 결심한 듯 홍차를 사장에게 쏟았다 뜨거운 것을 일부러 말이다
사장은 화들짝 놀라 소파에서 껑충 튀어 올랐다 민은 능청스럽게 사장의 주요 부위를 닦아주는 시늉을 했다 사장은 적이 당황해하다 민을 바라봤다 사장은 취기와 홍조가 오른 불콰한 낯으로 민을 바라봤다 민은 하얀 치아가 살짝 보이게끔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자들이 남자를 유혹할 때 많이 써먹는 백만 불짜리 미소!
빅토리아 시크릿 새틴 속옷을 장착한 가슴이 잘 보이게끔 몸을 의도적으로 트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두 눈이 얽히고 사장이 마침내 민은 잡아끌어 당겼다 민은 사장의 가슴팍으로 쓰러지며 속으로 뇌까렸다
- 지겨워 이젠 정말 끝이야-
순수한 민 , 남자에게 헌신하는 민, 사랑에 항상 도취되어 늘 사랑 안에 살던 민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늘 수동적이었던 민에게 최초의 도발이었다 원하는 것도 같고 상황에 떠밀려 그렇게 시작된 관계였다 좀 더 다른 민이 되고 싶었다 늘 바보 같다고 손가락질당하고 휴대폰 알림에 항상 예민하던 늘 기다리던 것에 벗어나고 싶었다 늘 사랑받기 원했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궂은일도 마지않았던 그렇지만 점점 비서, 심부름꾼, 요리사의 다른 이름으로 대체 대던 민은 그렇게 자신 안에 어떤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했다
사랑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황금 같은 계절 그래서 더욱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계절 그 사이로 민은 많은 상념들에 휩싸였다 뱀 같은 사장의 똬리 같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사장과 외제차를 타고 마치 똑같이 대단한 사람인 양 사람들에게 대우를 받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자신이 더불어 아주 대접받고 특별한 존재인듯한 착각이 들었다
늘 애인 옆에 꼭 붙어 있어도 그런 대우는 처음이었다
사장이 자신의 목에 에메랄드 목걸이를 걸어주던 날 서랍 안에 잠자고 있던 남자 친구와의 커플링을 꺼내보았다 이렇게 흘러가나도 싶었지만 홀가분한 기분은 들었다
어차피 사장 또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자신의 공허함을 렌트하는 대상이었을 뿐이니까
민은 비로소 카오스 같은 연애를 내려놓고 연애 안식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투에 얼마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따뜻한 나라에서 잠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민이었다
운이 좋다면 괜찮은 남자를 만나 꿀 같은 여행을 즐길 수도 있겠다 싶은 민이다
구두 아래 낙엽이 경쾌하게 바스락거렸다
홀로 걸어가는 민의 모습이 왠지 희망 차 보였다.
Note
이 소설은 비교적 최근에 쓰인 소설 예요
2012년도에 처음 썼네요 이 소설을 쓸 때 즐거워서 part 2.까지 뒷이야기도 기획해서 썼네요
작년에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소설 공모전에 단편을 중편으로 늘려서 응모를 했더랬죠
그때 분량과 재미 , 그리고 심사위원의 눈에 뜨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좀 지쳤었죠 ㅠㅠ
이 소설은 200%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2012년도에도 잘못된 남녀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됐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소설가 정이현의 초기 단편집을 좋아합니다 그중 하나가 ' 낭만적 사랑과 사회 '입니다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이야기를 끌어가요 자신의 욕망에 때론 발랄하게 때론 위악스럽게, 정글 같은 도시 속에서 욕망을 거침없이 발현해요 모티브는 이 소설이나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아침드라마에서 봄직한 이야기에서 가져온거예요 제가 이 소설 속에서 '민'이라는 여자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마음이지만 결코 그 마음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이용은 당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민은 예전 남자 친구나 잠깐 나오는 사장님과의 관계에서 불안정 애착과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철저히 '을'의 자세를 취하죠 그러다 일상 속에서 수치스러운 어떤 일들을 겪고 나서 민의 오랜 관성같은 생각이 뒤틀리고 기꺼이 세상 속에서 그동안 감추었던 자신의 생각 , 느낌을 과감히 표출하기로 하죠
스스로의 오랜 가면을 벗은 그녀에게 누가 비난을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