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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아 Nov 05. 2023

02화 누구나 가슴에 구멍이 있어

너도 나도 외로운 이 도시

https://youtu.be/fhS0SQCxLEc?si=KSP7sqRIQlEAkFae


유튜브 시티팝을 듣다가  삶사람사랑이라는 가수의 '내 사랑 그녀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https://youtu.be/fhS0SQCxLEc?si=Dz5emp4NiMYfuhI-


라는 곡을 발견했다. 지금 나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정직한 노래 제목과 예전 X세대스러운 가사 진행이 자꾸 귀에 감돌았다. 시티팝이란 무엇인가? 외로운 사람들의 BGM이 아닌가? 그 음악에 인연을 찾는 가사를 듣자 하니 더 외로움에 외로움 곱빼기를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우리네 외로운 도넛 이야기 하나

엊그제는 오랜만에 내가 일하는 공유 오피스에 친한 J군이 놀러 왔다. 오랜만에 수다를 떠는데

- 제가 독감에 걸렸었잖아요,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뭔가를 해 먹겠다고 인덕션에 쿠팡에서 산 불고기를 굽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불이 똑하고 꺼진 거예요. 그래서 플라스틱 용기에 덜 구워진 불고기를 전자레인지에 옮겨 담아 다시 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젠장 그 플라스탁이 우그러 들더니 구멍이 났더라고요.... 그제야 다시 유리그릇에 다시 불고기를 옮겨 담아서 다시 데워서 유리그릇을 맨손으로 잡았지 뭐예요 앗 뜨거워!!! 야단법석 혼자 유난을 떨다가 밥을 먹고 나니까 그게 밀려오는 거예요.. 공허감 그 공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건너편의 나는 여기에 나와 같은 외로운 도넛하나를 그의 머리 위에서 목격을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J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여기서 익숙한 사람들도 외로운데 자신 같이 타향살이하는 하는 사람이 아프면 더 서럽다며 자신의 공허감은 부모님도 친구도 못 채워준다며 '여자친구'만이 채워줄 수 있다며 이날도 어김없이 나에게 여자친구 소개를 부탁하였다 ㅎㅎ


우리네 외로운 도넛 이야기 둘

어느 토요일 오랜만에 때 빼고 광내고 경의선 숲길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에 지인과 같이 갔다. 분위기를 휘황한데 양 작아서 수다로 배를 채웠다ㅎㅎ.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평상시에 입에도 대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까지 식전주로 마셨다.

디자인 쪽 일을 하는 지인은

"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만드는 사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하며 일요일도 일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최근 대만 드라마에 빠졌다며 한 배우에게 덕질 중이라며 그의 필모를 회사를 다녀온 후 자기 전에 두 시간 보는 게 낙이라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영화 등 여러 가지 보통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연애 이야기로 흘러갔다. 지인은 연애를 안 한지 비공식적으로 5년이 넘었다 했다. 나는 이달 초에 불발로 끝난 썸 아닌 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요즘 나의 스트레스에 일조를 한 거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 날 만난 지인이 그런 말을 하더라. 외로움이 식욕을 부른다고. 다음 날 저녁 대패 삼겹살을 사러 가는 데 기 멀리 낙조 하는 하늘 아래 나무의 그림자가 참 쓸쓸해 보여서 한 컷 찍어 보았다.


너도 나도 외로운 이 도시, 외로운 도넛들이 합창을 하는 환청이 들린다. '내 사랑 그녀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우리가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메꿔지게 될까?


아주 오래전 먼 옛날, 인간은 완벽했다 한다. 남녀가 하나의 몸으로 붙어 있어 늘 함께여서 외롭지도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모습을 시기 질투가 신이 번개를 던져 그 둘을 쪼개 갈라 버렸다고 한다. 여기에서 남녀가 서로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최근 한 저녁에는 여동생이

- 언니 어묵바 해볼래?

- 뭐야? 갑자기 웬 어묵바?

- 언니, 회사 다니기 싫다며?

- 난 밤엔 일 못해 ㅠㅠ

- 언니가 낮에 재료 준비하고 내가 밤에 장사하는 거지... 그런데 어묵바도 한 8,000만 원 들더라...


회사 다니기 싫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여동생이 어묵바 얘기를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 나는 싫어 병에 걸린 듯하다. 어떤 싫어병이냐면


' 회사 가기 싫어'

'일하기 싫어'

'일찍 일어나기 싫어'

'다이어트하기 싫어'

'매일 옷 신경 쓰기 싫어'


등등 삶에 대한 애착이 스스로가 생각해도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가을 앓이= 가을 탄다= 공허감의 계절이 왔음이 틀림없어서이다.

여름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던 에너가 소진되어 가을이 되어 그 에너지가 바닥이 난 것이다. 실제 나는 회사일도 열심히 했지만 지난봄부터 책 리뉴얼 작업, 실용전자책 작업하느라 미팅 겸 쓰기를 여름 내 하였다. 얼마 전 같이 작업했던 대표님께 실용책 근황을 물어봤는데 유통판로 뚫는데 쉽지 않나 보다. 이럴 때 내가 또 인플루언서가 아닌 게  또 씁쓸하다.... 허탈감 하나 더 추가요...


그나저나 어묵바는 진짜 아닌 거 같다. 지금의 현실을 전복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다면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아야 하는데 오락가락하는 요즘 가을 날씨처럼 내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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