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낯선 이국의 땅에서 길을 잃어 본 적이 있다. 프라하를 혼자 여행 중이었고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주요 관광지에서 멀리 벗어난 외곽에 숙소를 잡아놨었다. 그곳을 트램(지상전철)으로 이동 중에 엉뚱한 노선을 잘못 타 숙소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주변은 금세 어두워시고 멀리서 개는 짖고 여긴 익숙한 한국이 아니고 겁이 덜컥 났다. 흩트러지는 정신줄을 부여잡고 노선을 다시 확인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한참 걸어가 숙소로 가는 트램을 갈아탄 후 나는 비로소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타국에 혼자 온 여행자,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밖에 없었다.
인생에 혼자 길을 나서야 할 때가 비단 여행을 갈 때에 국한되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자기 전까지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의견이나 조언을 구할 순 있어도 큰 결정은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
그 생각의 시간들이 나는 매번 고통스럽고 고독하다. 더불어 내가 내리는 결정이 맞을까? 하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내 생각의 범주를 넘어서면 책을 읽거나 시간을 두거나 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결론을 찾는다. 이번 퇴사문제 또한 그랬다. 단순히 다니기 싫다, 돈이 적다는 이슈를 벗어나 왜 이직해야 하나에 대해서 적어도 석 달은 고민해 봤다. 젊었을 땐 기회와 갈 곳이 많았지만 이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결정을 한 후 나는 퇴사를 했고 이직하면서 이곳의 시스템과 교육에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지난 구정 명절부터 최근까지 굳은 머리를 흔들어서 공부를 했고 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공부 또한 누가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장소 시간대를 찾아가며 효율적으로 준비를 했다.처음 두 번은 요령부족으로 떨어졌지만 세 번째는 붙어서 기뻤다.
깊은 고민 끝에 그리고 무르익은 확신 후에는 행동만이 있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올해 스타트는 잘 끊은 거 같다. 지난 주말 만난 지인이 예전 회사 다닐 때보다 내 얼굴에 활기가 돈다 했다. 이전에는 고민 많고 지루해 보였다고. ㅠㅠ맞다. 그날이 어제와 같고 오늘이 내일과 같았던 지난 회사데이들은 미안하지만 요즘 하나 생각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신경 쓸 나날들은 바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 해나 갈 일들이다.
요즈음 나는 이런 걸 느끼고 있다.희망이란 좋은 거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고어디 멀리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느라 바빠 잊고 있었던 거뿐이지. 늘 우리 곁에서 우릴 지켜주고 있던 게 아닐까 하고.
희망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준비를한다면 함께일 것이다. 혼자 길을 나서야 할때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