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주의자의 행복발견

우물쭈물하다 삽질할 줄 알았지

by 강경아

#언니네 마당 #하자보수

2016년 11월에 기고한 글이 실려 업데이트합니다 !^^

내 인생의 하자보수 주제로 쓴 글입니다

두개의 샘플원고 중에 하나가 실렸네요 !

나머지 하나도 같이 올립니다 ~

언니네 마당 9호에는 좋은 기사도 많아요

글 누르면 상세정보 있네요^^



우물쭈물하다 내 삽질할 줄 알았지

공자는 불혹(不惑)을 정의하기를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현대에 이르러 수많은 마흔둥이들이 여전히 고분분투하며 세상일에 이리저리 휘둘려 수많은 삽질을 하며 흔들리며, 또 흔들리는 것을 전혀 몰랐나 봅니다. 77년 생 네! 딱 한국나이로 전 마흔에 들어섰습니다. 12월생이라고 해도 난 아직 30대라고 앙탈을 부려도 그저 마흔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5년 12월 31일에 다시 인생을 리셋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백수였고 자식도 남편도 없었고 덜렁 혼자만의 삶이 큰 숙제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어렸을 때부터 시시껄렁하게 생각했던 인생으로 누군가를 원망하는 삶으로 흘러갈 게 뻔했습니다. 내년엔 이러지 않겠노라 다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2016년 현재 지금도 백수고 남편도, 자식도 없고 여전히 제 방안에 혼자 앉아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1년만에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얼마나 변할까요? 그러나 전 정말 많이 변했거든요. 그간의 많은 일들의 일부를 나열하자면 연기를 배웠고, 작곡을 했고 , 철학을 공부하고, 예전부터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던 글을 쓰리라는 오래 묵혀둔 소망도 실천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서도 일명 ‘여자들의 사춘기’라는 것은 교차로 계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희망에 부풀어 의욕 있게 이것저것을 슈퍼맨마냥 힘든 기색 없이 처리하다가도 어느 때는 밥수저 들기도 힘들만큼 무기력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IF라는 가정법이었습니다. 매우 단순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내가 기혼이었다면 고학년의 사내아이를 키우고 있고 무미건조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난 어땠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들을 불평하며 툴툴거릴까 하는…….

일을 관둔 시기에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나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관성대로 살았던 직장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갈피를 못 찾아 한동안 힘들었지만

내 맘과 내 몸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가고 싶었던 장소 , 만나고 싶은 사람들, 참여하고 싶은 모임 , 그리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차근히 내 앞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과거의 전 스스로 무채색이자 단순한 사람 , 난 매력 없는 수동적인 사람이라 칭했습니다. 온전한 나만의, 나만을 위해서 향유할 수 있는 취향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아주 젊은 20대에서도 못 느꼈던, 순수한 열정 같은 것이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번아웃되지 않고 강제로라도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도 몰랐을 것들입니다. 인생의 잠깐의 한순간이었지만 멈추었기 때문에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미리 걱정을 당겨서 했더니, 지금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렸더니 후회만 남았습니다.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당겨서 걱정하고 그로 말미암은 불안이 젊은 날의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그 결과 아쉬움만 남은 대충인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심장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지금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인생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로 자연스럽게 나 생긴 꼴답게 살기로 했습니다. 딱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과거처럼 불행이 내 등짝에만 딱 붙어있다는 피해의식은 없어졌습니다. 인생은 늘 그렇게 삽질만 하다 끝날 것입니다. 그래도 삽질을 해서 각자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하자보수라면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불안해하는 습관은 남아있지만 현재를 충실히 보내고 그 느낌에 충만해져 있는 저는 많이 넉넉해져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festina lente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천히 서둘러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여전히 하자보수중

[샘플원고 비채택]

벌써 11월…….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제 얼마후면 바로 12월!

2016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선명하게 그려내지 못하는 계획들을 세우며 내년에는 이러지 않으리라……. 하는 결심 그리고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그래서 연말과 연초는 약간의 시간차를 가지고 달라붙어있으면서도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때인 듯싶습니다.

다시 코앞에 다가오는 연말. 참 시간이 빠르다를 느낄 새도 없이 다사다년 했던 지난 난들을 돌아보며 우리의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하자보수라는 주제를 받고 제게는 너무 쉬운 주제라 생각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거의 골조만 유지한 채 다시 인생을 새로 설계했으니까요

큰 공사였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들였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막상 연말의 끝 무렵이 다가오자 뼈대만 남기고 리모델링한 내 인생의 건물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 허물고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짓고픈 심정입니다.

정성과 노력을 들였지만 석연치 않은 마음에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결정적인 어딘가를 찾아내 고치면 확 변할 듯도 한데 어디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다시 설계도를 꺼내 봅니다. 2015년도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니 크게 건축가의 의도와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해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 건물은 하자투성이입니다. 왜 그럴까요? 건물의 심장이자 내 마음의 심장이 많이, 그것도 많이 지친 까닭입니다.

인부들도 비가 오거나, 새해가 접어들거나 하면 건물을 짓는 것을 잠시 멈추곤 합니다.

그러나 이 욕심 많은 건물주이자 건축가는 마음이 급하고 욕심이 많아 새벽녘부터 먼저 앞서서 인부들에게 이것저것 지적질을 하며 몰아붙였습니다. 제 생각과 몸이 따로 논 것입니다.

제 시간이라는 벽돌과 개인적으로 애쓰고 노력했던 일들을 공사자재라고 생각하고 꽤 열심히 살았던 듯싶습니다. 남들이 가진 결과물을 보고 애써 한눈팔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뒤돌아보니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어, 이것도 저것도 건드리다 발만 동동 구른 겪이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결론적으로 지금 저는 많이 지치고 또 지쳐 있습니다.

그렇다고 애써 쌓은 공사를 뭉개고 새로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이 자리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실수와 실패라는 구조물 속에서도 다른 길도 보이고 다르게 보수할 곳도 보입니다. 흔히 나무를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라는 말을 합니다.

멀리서 보면 다 같은 나무로 보였던 숲이 가까이서 보면 제각각인 나무도 많습니다.

이렇듯 나무도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완성된 숲의 형태로 점차 모습을 갖추어 나갑니다.

그러니 우리 인생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나중엔 조화롭게 인생에 녹아들 거라는

기대를 갖고 섣불리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연말이라고 너무 허무해 하거나 그동안 애써온 자신의 인생을 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그렇듯 지금 이대로가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인생 이곳저곳을 계속 매만지며 세심하게 제 인생의 집을 아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분명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가옵니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다 보면 인생에 대해 턱없이 벅차오르는 기대도 또 반대로 한없이 뚝뚝 떨어지는 비관도 하지 않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게 되죠. 이만하면 잘 살아왔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응원으로 인해 우리 인생은 더 풍요로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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