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 문장들

나와 교감하는 문장

by 강경아

우리는 책뿐 아니라 책 관련 contents에서 쉽게‘나와 교감’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쉽게 만나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나와 살아가는, 살아있는 문장과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로 인해 변화된 내 삶의 숨은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책 선택하는 방법, 기억하는 법, 독서 취향도 살짝 공개해 본다.


나를 짓누르는 모든 것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Anywhere but hear’가 카톡 프로필에 자주 언급되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보다 늘 어딘가로 떠나는 일이 오랜 소망이기도 했다. 늘 여기보다 어딘가로 향하는 방향 자체가 좋아 보였다. 서울에서 먼 제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꿈꿨으나 기대는 빵하고 터져 버렸다. 보기 좋게…….

『동네에 남아도는 아가씨 Jun』 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말이다.‘Anywhere but hear’는 오랫동안 인생 신조였다. 시작은 현실의 불만 때문에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동기부여였다. 그러나 가끔 강박으로 나를 좌절케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즈음 나는 책 만들기를 시작했을 때다. 6월 안에 취업이 되지 않으면 생활도, 책도 안 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처음 접하는 책 만들기도 어려웠다. 늘 그랬듯이 포기하고 싶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다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숙식 제공)가 올라왔다.

가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일본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같이.

결과는 탈락, 내게는 중요한 첫 책 프롤로그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도망보단 정면돌파가 훨씬 낫다는 경험도 했다. 모든 걸 포기했던 순간, 바싹 약을 올린 신의 장난처럼 나는 취업을 했고,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앞으로도 길게 함께 할 문장과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다. 날 안 뽑아준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 감사한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난문쾌답 오마에 겐이치』


자립하라고 등 떠민 문장이다. 의지, 변화, 습관도 변화하게 만든. 이 문장을 만난 건 3년 전. 자주 보고 마음에 새기던 글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삶 외에 다른 이면은 없다고 안주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 줬던 문장. 현재 나는 독립했다. 그리고 책도 냈다, 주변에 좋은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감사하고 잘 해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지나칠 수 있었던 말이 행동이 되고 변화를 이루게 하는 ‘시작’일수도 있다. 내게 그러한 말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 양귀자』



오래전 읽은 소설이다. 사는 동안 이해하지 못할 일과 상황에 부딪힐 때, 이성과 가치관이 크게 흔들렸을 때, 소설 모순을 떠올린다. 여주인공이 모순인 상황에서 모순인 행동을 보여주고, 살아가면서 탐구했듯이.

모순은 뚫리지 않은, 막을 수가 없는 ‘창과 방패(防牌)'를 뜻한다. 말이나 행동(行動)의 앞뒤가 서로 일치(一致)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알지 못하는 모든 경험과 생각이 턱없이 부족했을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성인이 되면 명쾌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지했고, 위력을 행사하는 인생에 무력했다. 그럴 때마다‘모순’을 대입해본다. 그러면 이해 못 할 일도 지나치지 못하는 상황도, 감정도 없다. 밝음 안에 어둠을 담고 있듯이, 사건과 사건 이면이 있듯이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와 살아가는 문장과 책을 일부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책을 선택하는 방법, 기억하는 법, 독서 취향도 살짝 공개 하고 싶다. 어느 날 친한 동생이“언니 책을 읽고 싶은데, 뭐부터 읽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네게 필요한 책이 널 부를 거야”라는 이상한 답을 해줬다. 실은 사실이다.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결핍되고 잘 모르는 부분을 담고 있는 책에 끌리게 된다. 처음에 그렇게 시작하는 게 수월하다.장르는 관계없다. 나도 처음부터 다양하게 보고,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다. 좁게 보던 독서 방향이 어느 순간 종으로, 횡으로 넓혀지고, 거기에 맞추어 다양한 책을 보게 됐을 뿐. 처음엔 다독했고, 다음에는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는 재독을, 하나의 관점을 갖고 책을 읽기도 한다. 기억하는 방법은 작년부터 읽은 날짜, 작가, 짧은 단상을 독서 노트에 따로 적어두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얻은 좋은 문장과 소재들은 따로 폴더로 구분해 저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에 대해 부담감을 떨쳐 버렸다. 읽다 만 책도, 필요하면 줄도 친다. 손으로 넘기는 질감을 좋아해 종이 책을 선호한다. 가장 중요한 건 책을 항상 가까이하는 게 최고다. 책과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책은 내 마음에 남아‘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닌 책들이다. 그래서 늘 살핀다. 지금 이 순간의 인생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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