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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an 25. 2021

주말의 끄적끄적

나비


알을 깨고 나와 애벌레가 된다

애벌레가 변태를 통해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가 마침내 나비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알은 애벌레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알 속의 삶에 만족해버린다. 

애벌레는 번대기로의 변태가 삶의 끝이라 상상하며 열심히 꾸물거린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런 가능성도 없이 죽어버린 것 같은 번데기의 시간을 지나

하나의 알은 드디어 나비가 된다. 



선로의 끝


눈을 떠보니 커다란 대합실이었다.

손에는 목적지 없는 기차표 한장이 있다. 

가장 좋아보이는 기차를 탔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차 안에서 점점 악취가 풍기기 시작한다.

악취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가방에서 향수를 꺼낸다. 

악취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려댄다. 

기차안은 곧 가지각색의 향수 냄사로 뒤덮힌다. 

 

악취를 피해 기차의 칸을 옮기면 

더 끔큼한 향수냄새가 난다. 

기차는 점점 더 빠르게 달린다.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냄새를 참을 수 없어 

보이지 않은 바깥을 향해 몸을 던진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죽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새로운 역에 도착했다.

다시 기차를 타야한다. 

잠깐,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더라? 


티켓을 한 번 더 들여보지만 여전히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요.. 제 티켓에는 목적지가 써져있지 않아요.' 

'그냥 무슨 기차라도 타요. 일단 기차를 타고 보면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래도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기차표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거에요.' 


다시 다른 기차를 탄다. 

이번 기차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한참을 달리던 기차는 다시 멈춰선다.

기차의 종착역이라고 이야기 한다.

선로는 더이상 뻗어나가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손에 꼭 쥐고 있던 

기차표를 버린다. 

이제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어디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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