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라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었다. 한 달 정도 병원에서 누워있었다. 5인실을 썼었는데 내 옆에는 병원에 입원한 지 좀 오래된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의 나이가 6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러면 아마 여자의 나이는 30대 후반 ~ 40대 정도 되지 않았을까? 여자는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후 계속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라고 했다. 커튼이 항상 쳐져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목에 호스 같은 것을 끼고 소독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간호사는 기침을 계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날은 간병인이 집에 가는 날이었고, 토요일이었다. 여자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서 몸을 이리저리 닦아주면서 말을 했다.
오늘은 00월 00이고, 네가 여기 온 지 세 달 되었어. 니 이름은 문성자고.
이름이 뭐라고? 문성자.
왜 엄마 말을 안 들어.
그것은 네가 이겨내야 하는 거야
네가 생각을 잘해야 되는 거야
너는 아기가 아니라 어른이야. 소담이 엄마잖니
연습해서 이겨내자.
엄마는 너를 위해서 다 하잖아
너도 엄마를 위해서 한 가지 해야지
우리 같이 이겨내자. 엄마랑 같이 이겨내자
답답하면 엄마가 다시 껴주고 할게
엄마는 둘 다 속상해
네가 싫다는 거 강제적으로 시키는 것도 속상하고
네가 안 하는 것도 속상해
그러니까 해야 돼
기침을 하면 안 되는데
기침하는 대로 세균이 들어가니까
약 먹고 주사 맞으면 아프잖아.
그걸 안 하려면 연습을 해야지
성자는 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엄마는 궁금한 게
네가 왜 이렇게 쓰러졌나 그런 생각이 들어
엄마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너는 말을 안 들어줘
빨리 이겨내서 소담 이하고 소원이하고 명이하고
다 통화해야지
이제 기저귀에 그만하고
엄마 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지
그런 얘기 창피한 것도 아는데
왜 안 하려고 해
그니까 빨리 연습해서 집에 가자
한숨 쉴게 아니라 해내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성자는 강하니까 할 수가 있어
이제껏 모든 것을 다 이겨내 왔잖아
너 아프기 전에 부동산에 있었잖아
부동산에서 쓰러져서 여기에 온 거야
네가 머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쓰러진 거야
그렇게 힘들었으면 엄마한테 얘길 해야지
자꾸만 서야 하니까 발 닿는 것부터 연습을 해야 되는 거야
너 지금 자고 싶지?
그러면 엄마한테 말을 해봐
침대 내려주세요. 말해봐
연습 안 해서 말 못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은 다 말하는데
너만 못하고 있잖아
엄마는 말 못 하는 딸에게 말을 걸고
간병인은 자신의 딸에게 전화를 건다.
성자엄마는 성자가 잠을 자면 불을 끄고
간병인은 성자가 잠을 자도 불을 켜둔다.
그냥,
노트에 적어둔 성자엄마의 말이 너무 예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