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정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Jan 21. 2024

성자엄마의 말이 너무 예뻐서

이름이 뭐라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었다. 한 달 정도 병원에서 누워있었다. 5인실을 썼었는데 내 옆에는 병원에 입원한 지 좀 오래된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의 나이가 6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러면 아마 여자의 나이는 30대 후반 ~ 40대 정도 되지 않았을까? 여자는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후 계속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라고 했다. 커튼이 항상 쳐져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목에 호스 같은 것을 끼고 소독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간호사는 기침을 계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날은 간병인이 집에 가는 날이었고, 토요일이었다. 여자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서 몸을 이리저리 닦아주면서 말을 했다. 



오늘은 00월 00이고, 네가 여기 온 지 세 달 되었어. 이름은 문성자고.

이름이 뭐라고? 문성자. 


왜 엄마 말을 안 들어. 


그것은 네가 이겨내야 하는 거야

네가 생각을 잘해야 되는 거야

너는 아기가 아니라 어른이야. 소담이 엄마잖니

연습해서 이겨내자. 


엄마는 너를 위해서 다 하잖아

너도 엄마를 위해서 한 가지 해야지

우리 같이 이겨내자. 엄마랑 같이 이겨내자


답답하면 엄마가 다시 껴주고 할게

엄마는 둘 다 속상해

네가 싫다는 거 강제적으로 시키는 것도 속상하고

네가 안 하는 것도 속상해

그러니까 해야 돼 


기침을 하면 안 되는데

기침하는 대로 세균이 들어가니까

약 먹고 주사 맞으면 아프잖아. 

그걸 안 하려면 연습을 해야지

성자는 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엄마는 궁금한 게

네가 왜 이렇게 쓰러졌나 그런 생각이 들어

엄마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너는 말을 안 들어줘

빨리 이겨내서 소담 이하고 소원이하고 명이하고

다 통화해야지


이제 기저귀에 그만하고 

엄마 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지

그런 얘기 창피한 것도 아는데

왜 안 하려고 해

그니까 빨리 연습해서 집에 가자

한숨 쉴게 아니라 해내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성자는 강하니까 할 수가 있어

이제껏 모든 것을 다 이겨내 왔잖아

너 아프기 전에 부동산에 있었잖아

부동산에서 쓰러져서 여기에 온 거야

네가 머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쓰러진 거야

그렇게 힘들었으면 엄마한테 얘길 해야지

자꾸만 서야 하니까 발 닿는 것부터 연습을 해야 되는 거야


너 지금 자고 싶지?

그러면 엄마한테 말을 해봐

침대 내려주세요. 말해봐

연습 안 해서 말 못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은 다 말하는데 

너만 못하고 있잖아




엄마는 말 못 하는 딸에게 말을 걸고

간병인은 자신의 딸에게 전화를 건다.

성자엄마는 성자가 잠을 자면 불을 끄고

간병인은 성자가 잠을 자도 불을 켜둔다. 


그냥,

노트에 적어둔 성자엄마의 말이 너무 예뻐서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쓰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