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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21. 2020

올라갈수록 관리직이 정녕 답일까

예전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적이 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면접을 보면서 들은 얘기중 반은 팀장 경험, 혹은 팀을 키워본 경험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차가 쌓이고 상황에 따라 직급도 올라간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프로젝트나 팀을 리딩하게되고 자연스레 팀장의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


한 번도 정식으로 팀장이 되본 적은 없다. 다만 프로젝트를 리드해본 경험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가까우며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를 잘되게 만드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이기에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놀랐는데, 내가 벌써 이런 걸 질문받을 단계가 왔나 싶은 이유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나는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적당히 걷는다는 것은 사실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걸음'이란 말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이 실감되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 것들이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실무를 연습해온 사람이자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지 관리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무를 하는 것과 타인을 관리하는 것은 전혀다른 스킬을 요구한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대부분은 팀장이 되면 자연스레 관리직으로 넘어가는 듯 하다. 지인이나 선배들에게 관리직에 대해 물으면 이제 그만 실무는 손에 놓아야 하고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게 맞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내가 걸을 길이 1개밖에 존재하지 않은 듯 했다.


개인적으로 관리직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관리직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현장경험이라는 말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명확히 보인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남이 만든 보고서, 남이 하는 말만 듣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단 의미다.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않은 것이기도 하다.


일을 의미있게 전달하는 것, 의미있게 공유하려면 공감대를 형성할 줄 알아야 한다. 공통된 목표는 응집력을 강하게 하고 시너지를 낸다. 그러면 1차적인 목표는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면 된다. 그러나 현장경험, 실제경험 없이 그것들을 판단하는데는 얼마나 많은 오차가 있을까. 과연 현장을 피부로 느끼지 않고 좋은 기획이나 방향을 제시할 순 있을까. 어떻게 동료들을 설득하고 동기부여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여러가지로 의문이 든다.


팀을 맡는다는 것,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 팀의 성장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나 혼자의 노력이 아니다. 모두의 동의와 노력,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하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그러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잘 안되는 것을 자주 본다. 회사에서의 입장, 정치적 위치 등 가로막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것일까.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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