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프리랜서 생활을 해왔던 탓에 팀보다는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게 내겐 당연했다. 물론 프로젝트별로 따지면 나에겐 일이 우선순위긴 하다. 예를 들어 일이 풀리지 않는데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주말에 연락이 온다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 종종 일의 범위가 내가 맡아야 하는 것을 넘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기준은 이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되느냐의 문제였지 내 할 일을 다했다고 모른척 하는건 아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관계자들을 위해서고, 둘째는 나의 커리어 때문이다.
그래서 후임이 왔을 때도 '일을 되게 하는 마인드를 가질 것'을 부탁했다. 그것만 잘해준다면 회식에서 빠지든 업무시간에 유튜브를 보든 딱히 이슈가 되지 않는 한 뭐라 하지 않는다(다만 인사에 대해서는 부탁했다). 팀 관점으로 봤을 때 일을 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팀을 먼저로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조직 내에서의 예절, 예의 같은 것도 있지만 내가 그런 것에 크게 마음 쓰지 않는 것은 이 사람은 이미 팀원으로써 자기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사람을 경계한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맡은 일이 있는데 그 일의 진척상황을 알아야만 내가 할 일이 진행 가능할 때, 문제는 그 시간이 주말이나 업무가 끝난 시간일 경우 물어볼 때 단순판단이 선다. 어떤 사람은 업무시간이 끝났으니 나중에 물어보세요 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 문제에 대한 간단한 질답은 바로 해주고, 못해주더라도 언제까지 알아봐 준다고 언질을 주거나 불가능하면 정중하게 거절한다. 전자의 경우 어떤 일인지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물어보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후자는 일의 성향을 들어보고 답을 결정한다.
사람마다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본 다수의 팀장급 사람들은 업무시간 외 연락하는 것 자체를 미안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트렌드가 그렇다는 것을 그들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묻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우선순위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팀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팀이 우선인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 팀이 사라진다면 개인은 다른 팀으로 이동해야 할 수밖에 없다. 팀에 속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팀이 있어야 그 사람이 거기에 소속가능하다. 그런데 팀이 할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해체될 위기에 놓일 것이란 점이다.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돈을 줄 회사는 없다.
이 글에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의 사생활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사생활을 간섭해야 하는 상황에선 전달하는 사람도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꼭 필요한 것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듣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거절한다면, 아마 그 어느 팀도 그 사람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자기가 사장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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