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할 때 즈음 매일 계획을 짠다. 그러나 꽤 실패하는 편이다.
회사에서 지친 몸을 끌다 보면 퇴근시간에 생기가 도는 것보다 하루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하루 종일 앉아 업무를 보느라, 타인과 소통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퇴근 후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할 일을 생각하고 정해두지만 계획에 어긋난게 몇번인지. 문제는 감정이다. 머리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마음이 그렇지 않다. 마음에 지면 실패한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내게 건강이란 하고 싶은걸 하게 해 주기에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이 아프거나 피로하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내 경우 피곤이 점점 쌓여 눈이 침침해질 때면 자극적인 어떤 것을 찾기 시작한다. 초콜릿이 될 때도 있고, 치킨이 될 때도 있다. 둘 다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내가 먹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도, 배가 고프지 않은 상황에도 찾는다는 것이 나쁘다.
정신이 육체를 이긴다고 한다. 그런데 정신이 감정을 이기려 할 때는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매번 실패하는 거 보니 말이다. 나는 이것을 '계획을 실행할 용기'라고 부른다. 대체로 계획이라는 것은 내 감정과 반하는 것이 다수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꺼이 솟구치는 감정을 누르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올곧게 보고 한 발짝 내딛는 것. 그래서 이것을 용기라 부른다. '에이 그게 무슨 용기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용기라고 포장하는 이유는, 그 한 발짝을 내딛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내 삶을 통제하는 느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래야 자신감과 삶의 만족도가 오르고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습관을 만들 때도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작은 것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고, 반복되는 성공은 자신감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근 후에 할 일을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적어도 내겐 작은 일은 아니다. 미쳐 날뛰는 말 등에 탄 느낌이다. 이 말을 길들이지 못하면, 나는 말이 이끄는 곳으로 향한다. 거기는 말이 원하는 것이 있지 진정한 내가 원하는 것이 있진 않다. 때문에 말을 잘 타일러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언제 약해지고, 어떻게 나를 돌이킬 수 있을지 등 나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 실패를 마주하고 나를 알아가야 한다. 그럴때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치 않은 것을 익숙하게 할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겠다는 용기와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거창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마치 주머니에서 꺼내쓰듯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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