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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Feb 05. 2021

어쩌먼 나는 그냥 쌀밥을 먹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과 다름없는 점심, 그날 구내식당의 메뉴는 돌솥비빔밥이었다. 돌솥을 받았을 때 야채만 있어 밥을 따로 퍼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밥을 퍼고 자리에 앉아 비비는데 안에 밥이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버릴 수도 없었다. 양이 많다 보니 양념은 턱없이 부족해 흰밥을 거의 그대로 먹었다. 그런데 왠지 흰 밥이 그날따라 맛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자기계발 관련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글을 쓰는데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경험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야 할 때도 쓴다. 글을 쓰는 나는 나 자신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이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가 있는 소통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자기계발을 할까? 그 기원은 몇 년 전으로 올라간다. 평소처럼 책을 보다가 문득 ‘평범해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한번 살 인생인데 평균치에 머무는 것보다 좀 더 특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소비습관이 비교적 저렴한 내게 여행이라든가 특별한 물품을 사는 건 맞지 않았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자기계발이었다.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자기계발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읽거나 모르는 것을 학습하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등등. 지금에 와서야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고 알았지만 당시에는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하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처음 한두 개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들이 쌓이기 시작하니 달라지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쉬는 휴일은 내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날’로 바뀌었고 입사 때부터 가진 3가지 목표 중 2개를 달성했다. 목표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목표를 향해 간다. 어떤 날은 1km를 가기도 어떤 날은 10m도 채 못 가기도 하지만 꾸준히 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한 집에 오래 살다 보면 짐이 많아진다. 비슷하게 시스템이 견고해지면 점점 제약사항이 추가되고 고려해야 할게 많아진다. 나는 여전히 달리고 싶지만 이제는 짊어지는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게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그렇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버린 내겐 식사란 그런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 와중에 양념이 묻다 만 쌀밥은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지만 그래서 맛있었다. 


여행을 즐기는 팁 중 하나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몇 개만 챙기고 몸은 가볍게 하여 돌아다녀야 오래, 그리고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필요할지 몰라, 저것도 필요할지 몰라 라는 마음이 가방을 무겁게 한다. 무거운 짐 때문에 여행을 맘껏 즐기지 못한다.


그날 유독 쌀밥이 맛있었던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랬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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