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허무주의에 빠진 적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 일상과 하루의 연속은 사람을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예를 들어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힘들게 다이어트를 했다. 한번 그런 몸을 만든 건 좋은데,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왔던 식단을 계속 유지해야 함을 의미했고, 그 말은 먹는 걸 좋아하는 한 반드시 돌아갈 거란 뜻이었다.
이렇게 반복적인 것에서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이 나를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주 간단한 이유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전에 나는 게임을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도 막연히 ‘컴퓨터과를 가면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나의 20대 대부분은 피시방에서 보냈으며 여름 내내 땀 한 방울 안 흘릴 정도로 새벽에 PC방으로 출근해 선선한 밤공기에 나오는 생활을 즐겼다. 지금도 그럴까? 전혀 아니다.
선호하는 취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다만 그 시간까지 오래 걸린다는 점이 있다. 죽을 때까지 할거 같았던 게임은 더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점차 멀어지고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의 20대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처음 보면 그 말을 믿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유지하는 건 지금의 식습관으론 힘들겠지만 변하겠다고 다짐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게임을 끊으면서 알게 되었다.
선호하는 게 변하면 선택하는 것이 변하고, 선택하는 게 변하면 인생이 바뀐다. 그걸 깨달으면서 인생이란 주어진대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하며 사는 것이라 배웠다. 창조라는게 없는걸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나의 근간이 되었던 습관들이 기반되어 만들어진다는 것도 배웠다. 몇십 년을 살아오며 몸속 깊이 베인 습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언제나 가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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