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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Feb 19. 2021

열정이란 단어를 이력서에 함부로 쓰지 말자

요즘 투자가 열풍이다. 부동산 시장은 잠시 조용해진 거 같지만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투자는 너무 뜨거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에도 종종 들릴 정도다. 주식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은 대부분 우량주를 선택한다. 안전할 거란 믿음과 ‘여긴 안 망해’ 같은 생각이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열정은 우량주와는 정반대 위치에 있다. 이 사람이 어떤 의욕이 있는지는 잘 알겠는데 거기에 따른 어떠한 실적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앞으로 우리 주식은 대박 날 거예요, 그러니 꼭 사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래만 보고 투자하는 것의 대부분 망한다. 투자 역시 그 대상이 아무리 미래가치가 높다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투자를 결심하진 않는다. 그런데 내 이력서에 경험이나 실적은 없고 열정만 넣는다면 그것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 것과 판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대체로 과거에 전적이 좋았던 사람이 앞으로도 좋은 전적을 낼 확률이 더 높다. 때문에 열정만으로 도배되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실적이 우수한 사람이 열정을 갖는다면 환상의 궁합이다. 일도 잘하는데 알아서 찾아서 한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적이 없는 사람이 열정을 가져다 쓰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기 마련이다. 물론 종종 상황에서도 높은 실적을 내는 사람이 가끔 나타나긴 하지만 대다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대략 100에 1명이 있을까 말까 한 것에 함부로 투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식을 투자할 때 우량주에 넣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신뢰는 기대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신뢰라는 것이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신뢰를 잘못 판단하게 되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고, 실제 가치와 거래가치가 다른 괴리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에게 있어 신뢰를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경력이나 꾸준함을 입증할 만한 어떤 요소들이다. 이것들은 열정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열정은 기름 역할을 해주지만 불을 붙여야 할 때 필요한 부싯돌 역할을 하진 못한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르게 일하는 사람이 있다. 가령 편의점에서 일할 때도 매대에 서서 오는 손님의 상품만 찍고 계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님의 유형을 파악해 어느 시간대에는 어떤 사람이 오더라 라는 점주에게 MD와 기획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둘 다 같은 시간을 살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좋은 예다. 그리고 후자 같은 성향이 열정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좋다. 이런 사람은 단순해 보이는 알바도 나만의 경험을 만든다. 이 경험이 훗날 지원하는 직무에 적합하면 스토리텔링에 유리하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열정을 쓸 말이 없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 쓰는 단어로 만들기보다 본인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문맥에 스토리텔링과 경험으로 무장되면 좋겠다. 열정이란 단어가 빛을 발하는 곳은 바로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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