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이다. 정확히는 경험에 매몰되는 것이다.
꼰대라는 단어가 있다. ‘내가 해봤는데…’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내가 경험해봐서 이게 맞아’라며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다행히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타인의 피드백에 의해 강요하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겐 꼰대스런 발언과 행동을 하곤 한다. 스스로에 대한 건 브레이크도, 감시도 없기 때문이다.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경험에 매달리고 집착해서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면 그 경험은 죽은 경험이 된다. 머리는 알아도 막상 실천해야 할 때, 실천이 필요할 때는 머릿속에 생각나지 않는다. 손실회피 성향이라고 했던가. 잃는 것은 크게 느껴지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작아 보이고 때론 0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경험을 함으로써 얻는 태도의 재발견이라 생각한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의 의미는 경험을 디딤돌 삼아 다음으로 나아가라는 말로 이해하는 중이다. 아무것도 없으면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무엇 하나 결과물이 있다면 그것을 피드백 삼아 더 나은 방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요리를 잘하고 싶다면 우선 재료 손질을 잘해야 하고, 재료 손질을 위해선 도구를 잘 사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구 사용법을 모를 때는 한두 개로 요리를 해보지만 기존 도구의 능숙함과 새로운 도구의 경험을 늘림으로써 재료 손질을 더 능숙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 가장 잘 다룰 수 있었던 것이 칼뿐이었지만 채 썰기를 할 때 쓰면 더 좋은 도구가 있다면 기꺼이 칼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와 경험을 축적하려고만 할 뿐, 경험이 주는 교훈을 파괴하고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실패를 맛보기를 꺼려한다. 그러다가 막상 변화된 환경에 닥치면 자신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로멜과 패튼을 비판했던 장군들은 그들이 전격전의 가치를 몰라서라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데 더 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싸울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로멜과 패튼이 자신들에게 맞춰줄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중
다양한 경험을 하더라도 그 경험으로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것과 연결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을 경험인 채로 내버려 두고 추억으로만 써먹을 것인지, 나의 성장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놓고보면 당연히 선택은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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