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문제점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러면 늘 갈등되는 것이 현상을 해결할 것이냐, 근원부터 고칠 것이냐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근원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나도 일을 하다 보면 현상과 근원을 잘 보는 편인데, 그때마다 근원을 고치는 게 가장 좋다는 판단을 지금까지 해왔었다.
살다 보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가 있다. 근원 제거를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 같은데 구태여 근원 제거보다 현상만 제거하려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왜 돌아가려 하는가? 처음부터 다시 바로잡으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근원 제거라는 목표는 매력적이지만 때에 따라선 근원 제거는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
병든 부위를 뿌리째 뽑아내는 것은 근원 제거가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한 시스템을 고쳐야하는 상황, 그것도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것을 근본부터 바꾸려고 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동반하며 때에 따라선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근원 제거는 문제 해결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기 힘들어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금새 머릿속에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현상을 고치는 것은 즉각 드러나며 결과가 확실한 행동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누적되다 보면 전략적으로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자기 계발에서 말하는 작은 것부터 실행하라는 것과 닮았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부터 정리한다는 작은 실천계획은 언뜻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일종의 자기통제감을 주면서 활력을 돌게 한다. 너무 큰 목표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되지만 작은 목표는 명확하고 즉각 실행이 가능하며 누적이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크게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처음 일의 목적은 시스템 안정화와 자동화였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시스템의 구조를 뜯어고쳐야만 했다. 그러나 즉각 구조변경에 힘쓸 순 없었다. 다양하고 빈번하게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정신없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은 다소 관련 없어 보이는 오류, 요청사항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이것이 해결되면 내 시간이 다소 확보될 것이고, 확보된 시간으로 구조를 하나씩 분해, 조립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둘 하다보니 누적이 되었고 시스템의 구조를 하나 둘 변경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지금 시스템은 상당히 안정화되어있고, 추가로 다른 시스템을 붙이는데도 유리한 구조로 변경되었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시스템의 중심부분부터 뜯어고치려고만 생각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현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둘 다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둘의 상호작용과 연결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무엇부터 시작할지 맥을 잡을 수 있고, 반복된 문제 해결 활동으로 근원까지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함을 생각할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그것들이 누적됐을 때 어떤 결과와 이어지는지를 상상해보자. 방향성과 실천은 둘 다 가져가야 할 태도인 것이지 하나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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