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도 면접관 입장으로써 면접을 보게 되었다. 저마다의 퇴사 사유가 있었지만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는데, 기존 시스템이 낡았는데 개선한다고 해서 믿고 들어갔더니 일에 치여 시작도 못하고 몇 개월, 몇 년을 보내다 보니 여전히 그대로인 시스템에 실망하여 이게 아니다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는 사유다. 새로운 걸 개발하고 개선하면서 경험하면서 성장하길 원했지만 환경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었다.
그 말에 꽂힌 나는 질문을 했다. 큰 단위로 고치는 건 힘들다 하더라도 작은 단위에서 개선의 노력은 있었는지, 반복되는 업무를 어떻게 줄였는지, 어떤 문제점을 개선하여 어떤 기여로 연결되었는지 등. 돌아오는 대답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긴 했는데 미미하여 한두 번 하다 말았다거나, 그런 건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적당히 다른 말로 에둘렀지만 죄송하게도 안 했다는 게 다 보인다).
큰 단위로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 커리어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 한다. 그러나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개선이라는 것은 크건 작건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큰 단위로 하게 되면 누가 봐도 눈에 띄니 즉각 반응이 오고 성취감도 느껴질지 몰라도 일을 잘게 쪼개 보면 크건 작건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큰 것만 바라보는 사람은 그 기회가 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린다. 그러다 개선의지가 없어보이는 회사에 실망하고 떠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의지가 있었음에도(아마도 있어보인것처럼 생각했겠지만) 본인 주도로 했던 건 아무것도 없는 샘이다.
큰 프로젝트가 자기를 크게 성장시킨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거 같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 지금 시스템의 개선에 기여를 했으며 그 빈도가 얼마나 되고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크면 클수록 내가 기여한 부분은 적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은 짧은데 한번에 많은 것이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작지만 확실한 기여도는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인다. 거기에 따른 질문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서로 대답을 주고받으며 좋은 인상을 줄수도 있다.
‘환경이 되지 않으니 시도를 하지 못했다’라는 말은 누가 들어도 매력이 없다. 면접자조차도 이런애기를 직접하진 않는다. 그런데 은연중 그렇게 애기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환경이 이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이러한 것을 여러 개 만들어서 기존 시스템을 백업하였고 마침내 메인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인상을 준다.
목표는 크게 갖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을 개선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작은 부분부터 잘라내어 개선하면서 점점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언젠가 바뀌겠거니 하면 십중팔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사람이라면, 개선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해보자. 그 차이가 노하우를 축적하고 나만의 커리어를 만드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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