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보자고 말하기 어려운 시기다. 친한 친구에게 조차도 그렇게 말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는 SNS에는 열심히 살아봤자 의미 없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지키라는 말을 쉽게 본다. 어떤 곳에서는 회사일은 그냥저냥 하는 것이고 진짜 삶은 퇴근 후 일어난다는, 진짜 나의 삶은 퇴근 후 펼쳐진다는 슬로건으로 도배되어 있으며 각종 취미와 즐거움이 손짓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게 정말 맞는걸까.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허무함은 내가 큰 시스템에서 한 부품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온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시스템에 종속되는 답답함과 자유를 억압당하는 느낌은 삶의 의욕을 꺾는다.
그런데 엄연히 따져보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의 시간은 가짜고, 퇴근 후에 사는 짧은 시간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나 스스로를 부품처럼 취급하는 것과 같다.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내는 시간이란 생각은 내 인생의 1/3을 흑백 영상으로 보내는 것과 같다. 이런 취급 자체가 나의 삶의 연속이라는 것보단 나는 부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납득하는 꼴이라 생각한다.
프레임을 씌운다고 해서 그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하면 그건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다. 적당한 반감은 오히려 그 사람을 통제하는 게 더 쉽다. 그 사람의 반감 포인트를 알고 있기에 적당히 충족해주면서 필요만큼만 일을 주고 금액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해 먹고 튀어 오르는 사람은 통제하기가 어렵다. 잘난 만큼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며 그런 사람을 붙잡기 위해선 더 높은 대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이용해먹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노력에는 시간이 필수요소지만 다행인 건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걸 넘어 탁월해지기 위한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는데 연결이 되며 그것들을 축적해 나만의 경험치를 쌓아 성장하게 되고 그게 가시적이 되면 조직내에서도 독보적 존재가 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시스템의 한 톱니바퀴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것보다 스스로를 높은 가치의 존재로 인식되도록 생각하고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다짐에서 시작한다.
나의 진짜 삶은 퇴근 후가 아니라 24시간 가득 채워야 한다. 인생의 1/3을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생각은 자기학대와 비슷하다. 스스로 제한을 두는 것보다 제대로 살아낼 것을 더 고민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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