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는데, 협업하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그런데 기존 구성되어 있는 코드를 보면서 내게 ‘당신만의 세팅이 있는 것 아니냐’라며 특정 코드가 안되는 것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읽고 와서는 ‘여기서 설명한 대로 설정하면 되는데 당신이 설정한 대로 하면 되지 않는다. 당신 컴퓨터에서만 작동하는 특정 코드를 심은 것 아니냐’라며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건 그런 설정도 아닐뿐더러, 만약 그렇다면 지금 협업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사용하지 못할 텐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 쓰고 있다. 지금 구성되어 있는 코드는 모두 동기화를 하고 있으며 나만의 설정 같은걸 두지 않는다”라고 말을 해도 막무가내다. 마침내는 내게 컴퓨터를 가져와서 확인시켜달라고까지 한다. 그래서 확인해줬더니 그제야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있더니 자기 컴퓨터를 다시 뒤진다.
인터넷에 떠도는 코드를 신뢰하면서 이미 되어있는 코드, 잘 작동하는 코드에 대해 불신하는 것은 왜일까? 그 사람은 인터넷의 누군가 쓴 글을 지금 작성된 코드보다 더 나을 거라는 막연한 신뢰를 갖고 있는 듯하다. 사실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정말로 잘 작동하는 코드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의 논리는 더 대단했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코드가 작동하는 게 왜 작동하는지 설명하지도 못하고 ‘이건 되는데 왜 이렇게 설정이 안 되어 있냐’라며 물어보는 것이다. 그는 10년 이상 개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여기서 배운 것은 2가지다. 우선 누군가에게 요청할 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더 잘 알아보고 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로 상대방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무엇을 잘 모르는지도 모르는데, 막연히 '이거 안돼요' 라면서 말을 하는 건 굉장히 실례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 경우도 몇 년 전부터 일을 요청할 때에는 ‘XX가 안돼요’라는 말보다 ‘제가 OO 한 상황에서 실행을 해보니 XX란 에러가 발생하는데 xx인 거 같은데 확인해주시겠어요?’라고 묻는 편이다. 그래야 상대방도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설령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윽박지르면서 ‘당신만의 무언가가 있을 거야’라며 이미 답을 내려버린 상태로 압박을 한다면 누구나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설령 정말 잘못된 게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설득하고 함께 이 문제를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관점으로 말을 이어가야지 ‘당신만이 알고 있는 것 때문에 내가 안되잖아’ 같은 말은 부정적 감정을 너머 신뢰하락은 물론이요, 그게 틀린게 아니란게 증명되면 실력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토론이나 회의, 모르는 것에 대해 잡아가는 과정은 상대방을 비난하여 상대방 위에 올라가는 게 주목적이 아니다. 잘 모르면서 하는 일방적인 비난이나 화법은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함께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어설픈 판에서 힘자랑 하는게 가장 어리석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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